10년째 갚지 못한 159만명 소액 채무 6조2000억원 탕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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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

정부가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 159만 명의 소액 채무원금 6조2000억원을 탕감해주기로 했다. 상환심사를 통해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추심을 중단하고 3년 유예기간 후 채권을 완전하게 소각할 방침이다.

향후 장기연체 발생 방지를 위해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대부업자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를 포함해 개인 부실채권 추심·매각 과정 규율도 개선한다.

29일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관계합동기관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지원대책에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과 재발방지 대책, 국민행복기금 운영 방안을 담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기소액연체자 규모가 가계부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가장 취약한 채무자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자력으로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도덕적 해이' 틀에 가둔다면 평생 연체자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사회·경제적으로도 비생산적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기준 국민행복기금 장기연체자 규모를 약 159만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민간금융회사에서 사들인 채권 3조6000억원을 갚지 못한 83만명에 민간금융회사나 대부업체, 금융 공공기관에 2조6000억원을 갚지 못한 76만명을 더한 수치다. 이들 채무 평균액은 약 450만원 수준이다.

먼저 내년 2월부터 신청자에 한해 상환심사를 거쳐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인 채무정리를 할 계획이다. 단 국민행복기금 내 미약정 장기소액연체자는 본인신청 없이 일괄심사한다.

상환능력 판단 기준은 회수 가능한 재산이 없고 중위소득 60%(1인가구 월소득 99만원 미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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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국민행복기금 외부 장기소액연체채권 매입을 위해 신규 기구를 설립한다. 다만 비영리 재단법인을 재원이 시민·사회단체 기부금, 금융권 출연금 등으로 운영하는 만큼 민간 금융회사의 '팔 비틀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 연체자 발생 방지를 위한 제도도 개선한다. 특히 개인 부실채권의 과도한 재매각 방지를 위해 매입채권추심업자의 자본요건을 현행 자기자본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한다. 또 상시인원도 5인 이상 두도록 한다.

저축은행·여전사 등 대부업자에 대한 대출규제 강화도 함께 해 자금조달 자체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금융권의 무분별한 채권에 대해 소멸시효 연장 시 상환능력 심사를 의무화 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연장을 제한한다. 또 채무자 스스로 불법·부당 추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채무정보 제공범위 확대, 권리구제 수단 등을 강화한다.

비판의 중심이 되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막기 위해 소액연체 채무자 지원에 집중하고 면밀한 상환능력 심사를 거친다. 기존 성실 상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상환기록과 의지에 따라 처리시기를 차등화하고 최종 처리 전 상환능력은 재심사 한다.

재산이나 소득을 은닉하고 지원받는 경우 감면 조치를 전체 무효화처리 한다.

최 위원장은 “대책시행 전 과정에 걸쳐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했다”며 “재산이나 소득을 숨기고 지원받을 시 엄중한 불이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등과 협업으로 꼭 필요한 분에게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