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14> “창조는 삶의 원동력” 변봉덕 코맥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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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홈 전문 기업인 코맥스는 글로벌 강소 기업이다. 그런 만큼 자랑할 게 많다. 어음 결제를 하지 않는 기업, 한 사람도 해고한 적이 없는 기업, 한국 첫 인터폰 수출 기업, 한국 중소기업 가운데 최다국 수출 기업, 한국 1호 명문 장수 기업 등이다. 여기에 세계 일류 상품 14년 연속 지정, 품질 경쟁력 우수 기업 12년 연속 선정, 대한민국 퍼스트 브랜드 대상 12년 연속 수상 기업이다.

변봉덕 코맥스 회장을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에 있는 본사 접견실에서 만났다.

코맥스에 들어서자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옥 1층은 제품 전시실과 회의실, 2층은 홈 사물인터넷(IoT) 체험실과 세미나실로 꾸며졌다. 1층에서는 한국 스마트 홈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2층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홈 IoT의 미래상을 엿볼 수 있다.

접견실 두 벽면은 코맥스의 반세기 영광을 상징하듯 거래국 국기와 거래처에서 보낸 기념품, 그동안 정부 관련 기관 등에서 받은 각종 훈·포장과 공로패·표창장·사진들로 가득했다.

변 회장은 불모지이던 한국 전자·정보통신 기기 산업에 이정표를 세운 주역이다. 전자 산업 1세대인 그는 1968년 코맥스 전신인 중앙전자를 창업한 이후 49년 동안 스마트 홈 한 길만 달려왔다. 인재 육성, 고객 만족, 가치 혁신 경영으로 세계 130여국에 다양한 통신 기기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국 1호 명문 장수 기업으로 뽑혔고, 10월에는 '제12회 전자·IT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변 회장은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기업인이 해야 할 일”이라면서 “직원과 더불어 고객 만족 경영을 해야 기업이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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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봉덕 회장은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을 기르는 일이고, 좋은 회사를 만들려면 직원과 고객 만족 경영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창조 관련 일을 하고,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경영 철학은.

▲인재 육성, 고객 만족, 가치 혁신이다. 기업은 사람이 자산이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 기술 혁신으로 남과 다른 신제품을 생산해야 고객이 만족하고 기업이 성장한다. 이게 기업이 할 일이고, 내 경영 철학이다.

변 회장의 이 같은 경영 철학을 대변하듯 이 회사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사람이 최고 자산이다' '고객에 정직하라, 그러면 신뢰를 얻는다'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해답이 나온다' 등 변 회장 어록이 걸려 있다.

-명문 장수 기업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 1호 명문 장수 기업으로 뽑혀 영광이다. 신뢰와 인재 육성 결과다. 전 직원이 장인 정신으로 뭉쳐 한 분야에서 49년 동안 시장 변화와 고객 수요에 맞춰 전문화·세계화를 한 게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부단한 자기 혁신으로 100년 이상 가는 명문 장수 기업으로 성장해 보이겠다.

-생산 제품과 올해 매출 목표는.

▲인터폰을 비롯해 비디오폰, 스마트 홈 IoT 제품, 보안시스템, 폐쇄회로(CC)TV 등을 생산한다. 대략 1000여종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1700억원이다. 회사 연륜에 비해 매출이 많지 않아 부끄럽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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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전략은.

▲다품종 소량 생산과 시장 다변화가 전략이다. 이건 중소기업 생존 전략이자 경영 전략이다. 현재 우리 제품은 1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각국 사정에 맞게, 수요에 따라 제품을 생산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은 하지 않았다.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전량 자체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만약 당시에 OEM을 했다면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다.(웃음)

-품질 우위는 어떻게 유지하나.

▲품질은 제품의 생명이다. 품질이 우수해야 고객이 신뢰한다. 창업 때부터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 사후관리(AS)를 철저히 해서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그동안 품질 분임조 활동과 6시그마 운동으로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품질 못지않게 디자인도 중요하다. 초기에는 대학과 산·학 협동을 했지만 지금은 자체 디자인팀을 구성했다. 매주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고 있으며, 나도 참석한다. 남과 다른 것, 새로운 것, 창조 관련 일이 가장 즐겁다.(코맥스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레드닷, IDEA에서 모두 수상하는 등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고객과의 신뢰 구축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믿음이다.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려면 믿음이 있어야 한다. 품질 보장, 약속 엄수, 고객과의 협력을 해야 신뢰 관계가 돈독해진다. 일단 약속한 일은 손해가 나도 지켰다. 직원들과의 약속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믿음이 사라진다. 우리 제품은 AS 기간이 10년 이상이다. 신뢰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기는 쉽다.

-그동안 보람 있는 일이 있다면.

▲보람은 첫 수출을 한 일이다. 나는 시제품이 든 가방 하나를 들고 혼자 외국으로 나가 거래처를 개척했다. 호텔에서 전화번호부를 뒤져 관련 업체를 선정한 뒤 무조건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퇴짜 맞기 일쑤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며 제품을 팔았다. 5공화국 시절 때 일이다. 당시 김재익 대통령 경제수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중에 청와대에서 행사가 있어 참석했다. 전두환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나를 호명하더니 “중소기업도 발로 뛰며 제품을 수출하는데 대기업은 뭐하고 있느냐”며 대기업을 질책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청와대 행사에 갔더니 벤처 육성과 관련해 “코맥스를 본받으라”는 말을 들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해외 거래처에서 자금을 지원해 주겠다는 제안이 왔다. 나는 “고맙지만 자금 지원 대신 제품을 사라”고 대답했다. 여러 곳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달러로 물건 값을 줬다. 그로 인해 코맥스는 IMF 때 오히려 수출이 늘었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벗이다. 그때 큰 보람을 느꼈다. 지금도 우리는 어음 결제를 하지 않는다. 모두 현금 결제다. 그리고 나는 구조 조정을 한 적이 없다. 직원이 스스로 떠나기 전에는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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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의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기업가는 우선 역량이 있어야 한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보라. 이분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서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다. 기업가는 창조 관련 일을 하면서 기업과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직원 채용 시 가장 중시하는 점은.

▲인성(人性)을 본다. 성실하고 정직하며, 열정이 있는 사람인가를 본다. 그런 직원이 많을수록 회사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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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중심에 있다. 기술과 산업이 융합하는 시대다. 이제 혼자서는 안 된다.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함께 가는 것이 안전하고 빨리 갈 수 있다. 앞으로 전문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세계 최고 홈 IoT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기업인은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좋은 회사를 만들려면 직원과 더불어 고객 만족 경영을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남이 못하는 창조 관련 일을 하고,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한다. 어렵지만 나는 그런 일이 즐겁다. 내 삶의 원동력이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은.

▲정부가 기업인의 사기를 높여 주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길 바란다. 정부와 기업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해야 고용을 확대할 수 있고, 국민소득이 늘어난다. 또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규제 장벽도 해소해야 한다.

-젊은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회피하는데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대기업은 업무가 한 분야에 한정돼 있다. 중소기업은 업무 폭이 넓어 다방면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한마디로 경영 훈련장이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창업 기회도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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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어떻게 관리하나.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한다. 헬스장에서 하루 1~2시간 운동을 한다. 학창 시절에 보디빌딩을 했고, 대회에도 출전했다.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한다.(변 회장은 팔굽혀펴기를 한 번에 30여회 한다고 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아무리 어려워도 최선의 방법은 존재한다'다. 경영자는 늘 결정하고, 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난제라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긍정 생각을 하면서 노력하면 해법이 있다. 취미는 독서다. 주말이면 서점에 간다.

변 회장은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 한국전자공업진흥회 이사, 한국전기제품안전진흥원 이사장, 한양대 총동문회장, 민주평통자문위원, 성남상공회의소 회장, 가천대 감사 등으로 활동했다. 건국·수출산업 포장을 비롯해 천만불수출탑, 무역진흥대상, 최고테크노경영인상, 대한민국 글로벌CEO상,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상, 석탑·금탑산업훈장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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