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용광로' e스포츠, 독자 생태계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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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오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 가고 있다. 올해 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018년 자카르타,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6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상회의에서는 e스포츠를 주제로 한 논의가 이뤄졌다.

시장조사 업체들은 e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에는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e스포츠가 체육 산업 영역에까지 확장되면 중계권이나 매니지먼트 등 연관 사업을 통해 더욱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e스포츠는 초창기만 해도 기업 브랜드 홍보 수단 또는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 연장 도구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 e스포츠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로 자리 잡혀 가고 있다. 축제가 산업이 되는 양상이다.

최근 막을 내린 블리즈컨 2017에는 세계에서 3만명이 넘는 게임 팬이 몰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블리즈컨 2017의 백미는 '오버워치 월드컵'을 비롯한 e스포츠 대회였다. 이 경기는 가상 입장권을 통해 170여개국에 실시간 중계됐다.

e스포츠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일본도 달라진 공기가 감지된다. 도쿄게임쇼 2017에서는 행사 개시 키노트부터 일본 e스포츠 미래를 주제로 다뤘다.

또 500석 규모의 대형 무대 두 개를 활용, 8개 종목의 e스포츠 경기를 펼치는 'e스포츠 크로스'도 주목을 받았다. 월드사이버게임스(WCG)도 4년 만에 부활한다. 스마일게이트가 WCG를 인수해 태국에서 2018년 대회를 개최한다. 단순히 수익성만 바라보고는 할 수 없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게임을 스포츠로 받아들일 날이 멀지 않았다.

국내 역시 이러한 세계 흐름과 궤를 함께한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의 지난해 키워드가 가상현실(VR)이었다면 올해는 e스포츠다.

액토즈소프트는 B2C관 내에 300부스 규모의 거대한 e스포츠 무대를 꾸려 12종목 대회를 진행한다. 지스타에서 e스포츠를 테마로 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액토즈소프트가 주최하고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하는 월드이스포츠게임앤드리그(WEGL)는 '모두를 위한 e스포츠'를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몇몇 종목은 현장을 찾은 관람객이 게임을 즐겨 보면서 직접 대회에 참여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e스포츠 축제다. SBS와 손잡고 프로게이머 오디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요즘 e스포츠 사업은 단순히 경쟁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팬들이 열광할 만한 대진을 성사시켜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다양한 e스포츠 종목을 발굴해 더 많은 볼거리 제공에 목표를 둔다.

게임이 원천이지만 e스포츠는 별개의 가치를 지닌다. 영상, 커뮤니티, 프로선수, 광고, 스폰서 등 디지털 콘텐츠 개발·마케팅과 정통 스포츠 마케팅을 결합하는 거대한 판이 만들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 생태계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 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속성과 인간 승리 스토리를 쓸 수 있는 스포츠 생태계, 게임이라는 첨단 산업의 각 장점이 집대성되는 용광로가 e스포츠다.

이미 중국의 젊은 자본가와 경영진 사이에서는 e스포츠 팀을 소유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세계 시장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그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작지 않다.

e스포츠는 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를 넘어 글로벌 주류 산업으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e스포츠 종주국'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e스포츠 사업의 노하우가 풍부하다.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의 경기력은 이미 10년 전에 검증됐다. e스포츠는 한국이 세계 1위로 도약할 수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업계의 다양한 시도, 정부의 제도 지원이 필요한 때다.

궈하이빈 액토즈소프트 대표 haibin.guo@acto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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