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이버보안 규제와 국가표준 수립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국내 전문가가 참여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열린 무역기술장벽(TBT)위원회에 참석해 기술규제 해소 방안을 협의했다고 13일 밝혔다.
국표원은 관계부처와 협력해 7건을 특정무역현안 안건으로 공식 이의를 제기하고, 16개국과 양자회의를 개최했다. 9개국으로부터 13건 규제 개선 또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우선 네트워크안전법 등 중국 사이버보안 관련 규제 5건과 관련해 영업비밀 침해 방지와 우리 전문가 참여 확대에 합의했다. 네트워크안전법에 따른 제품 인증과 안전심사 과정에서 소스코드 또는 기업의 영업비밀 정보를 요구하지 않을 것을 확인했다. 중국 사이버보안 관련 국가표준을 개발하는 표준화위원회(TC260)에 우리나라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기로 했다.
제도 개선 측면에서는 중국 배기가스 규제와 정수기 표기의무 등 2건, 유럽연합(EU)·아르헨티나 등 에너지효율기준, 라벨링 5건 등 총 7건의 애로를 해소했다.
중국은 지방정부의 배기가스 규제 조기도입 계획이 없음을 공식 확인했다. 올 4월 우리나라 정수기에 부적합 판정했던 '어린이 주의문구' 표기 의무 요건을 철회하기로 했다.
EU는 TV·모니터 소비전력기준(에코디자인) 시험시 국제 기준 적용, 제품 표기요건 완화 등을 약속했다. 아르헨티나는 TV 에너지라벨에 표기하는 소비전력값을 제조자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바레인과는 품질인증 규제대상에서 대용량 에어컨을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칠레는 TV 에너지효율성능에 대한 사후관리 평가기준을 실제 측정값에 합리적인 오차범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우리 측 요구를 수용했다. 사우디는 타이어 에너지라벨 발급 절차(심사 생략)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산업용 엔진 배기가스 규제(2017년말 예정)와 러시아 에너지효율 라벨 규제(2018년 도입 예정)는 각각 관련 규정이 마련 또는 개정될 때까지 연기키로 합의했다.
정부는 협의를 통해 중국의 사이버보안 관련 지재권과 기업비밀 보호, 표준 참여 등으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정보서비스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협의 결과를 업계에 신속히 전파해 수출기업이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애로사항도 지속적으로 외국 당국과 협의할 방침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