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역차별 해소한다더니…대응책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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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 해소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정작 대응책 마련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말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내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역차별 해소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범정부 TF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회피, 통신망 무임승차 등 문제를 꼼꼼히 들여다보고, 실제 역차별이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석달째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공조에만 기댄 채 자구책 찾기에는 소홀한 실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핵심 쟁점이 대부분이 국제 공조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내 노력만으로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다국적기업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BEPS 프로젝트'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며 “여기서 나온 결정을 기반으로 국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2012년부터 추진돼온 BEPS 프로젝트만 바라보는 셈이다. 국내 업체에만 집중된 규제 탓에 외국계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은 수년째 제기돼왔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해달라는 게 업계 요구다.

디지털경제협의회에 따르면 정보기술(IT) 기업 4곳 가운데 3곳은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역차별 대안으로 꼽히는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는 기업 비율도 80%가 넘는다.

일부 국가에선 이미 구글세 추징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영국에 이어 다른 유럽 국가로 퍼지는 모양새다. 이탈리아는 구글에 약 3800억원 규모 세금을 추징했다. 프랑스, 스페인도 구글 사무실을 압수수색, 세금을 받아냈다. 유럽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정부도 구글세 추징에 나섰다.

우리나라 입장에 서야 할 국회도 역차별 문제만큼은 예외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구글코리아 대표와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나란히 증인으로 참석하면서 역차별 문제를 환기시킬 절호의 기회였지만 살리지 못했다. 국내기업만 질타하며 마무리됐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처음으로 국감장에 모습을 내비쳤지만 출석 4시간이 지나도록 질문을 받지 못했다. 국내 기업과 직접 맞물려 있는 역차별, 구글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해소를 주요 정책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인터넷,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가 더 심해졌다고 느낀다”며 “글로벌 기업 상대 규제가 어렵다면 우리 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파격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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