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정거래법 대수술로 '솜방망이 처벌' 없앤다…합의 도출·국회 통과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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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을 전면 손질한다. 이미 총 11개 과제를 도출, 다음 주 5개 과제 개선안을 발표한다. 나머지 6개를 포함한 최종 계획은 내년 1월에 내놓는다.

공정거래법 역사는 곧 공정위 역사다. 37년 만의 첫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으로 공정위 역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공정위의 법 집행 독점이 야기한 '솜방망이 처벌'과 '미미한 피해 구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주요 사안을 두고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최종 관문'인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끊임없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

공정위는 합의제 중앙행정 기관이자 준사법 기관이다. 공정 거래 관련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위법 기업을 적발해 1심 판결에 준하는 제재를 가한다. 제재 목적은 위법 기업 처벌뿐만 아니라 법 위반 억지력 확보도 있다. 위법에 의한 이익보다 큰 불이익을 줘 기업으로 하여금 또다시 법을 어기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공정위 제재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일반 평가다. 공정위가 기업 제재 사실을 발표하면 번번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 제재는 보통 시정명령, 과징금, 검찰 고발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법 위반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시정명령은 사실상 제재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대개 기업이 불법으로 얻은 이익보다 적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독점한 전속고발권을 소극 사용, 검찰 고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논의의 시발점 역시 전속고발권 필요성의 논란이다.

공정위 제재가 불충분해도 피해자·신고자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위법 행위 신고 때 공정위가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 신고자는 사실상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무혐의 처분을 내려도 이의 신청이나 재신고가 가능하지만 같은 사안을 공정위가 다시 유심히 볼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면서 “공정 거래 사안을 공정위만 담당하는 것이 근본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의 가장 큰 문제를 '법 집행 독점'으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 집행 수단이 공정위에 집중돼 있다 보니 민원 기관이 아님에도 민원이 집중된다”면서 “국민의 신속한 피해 구제와 법 위반 억지력 확보에 한계가 나타나게 됐다”고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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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개편' 나선 공정위

'솜방망이 처벌'은 두 가지 문제가 겹친 결과다. 공정거래법상 '미미한 처벌'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상의 문제가 있다. 여기에 개별 사안에 따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제재 수위가 낮아지는 문제가 더해진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취임 후 발족한 태스크포스(TF) 2개팀의 역할이 막중하다.

'법집행체계개선TF'는 공정거래법의 미흡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신뢰제고TF'는 외압 등에 의한 공정위 직원의 부당한 결정을 예방하기 위해 꾸려졌다.

공정위는 법집행체계개선TF를 발족시키면서 “공정 거래 사건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과징금 등 행정 제재 수단 중심의 공무 집행 체계로는 불공정 행위 근절과 국민의 신속한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면서 “집행 수단의 다양화 등 법 집행 체계의 종합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집행체계개선TF는 공정거래법 전반에 걸쳐 총 11개 과제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공정위 처벌과 소비자 피해 구제가 미미했다”는 반성이 바탕으로 됐다.

공정위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징벌성 손해배상제 도입·확대 △집단소송·부권소송 도입 △과징금 부과 수준 적정성 검토 △전속고발제 개편 방안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사인의 금지청구제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기업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소송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위의 법 집행 독점력을 완화하고 소비자 권리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징벌성 손해배상제는 가해자의 악의 및 반사회 행위 때 실제 손해액보다 많이(3배) 배상하도록 한 제도다. 위법 기업은 공정위 과징금에 더해 민사소송 패소 시 상당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손해 배상 규모를 '3배'가 아닌 '3배 이상'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혀 징벌·피해구제 수준의 제고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과징금 부과 수준 적정성 검토는 “반복되는 법 위반의 근본 원인은 법 위반에 따른 기대 이익이 적발 시 기대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바탕이다. 집단소송·부권소송 도입은 소비자 피해 구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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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들 찬반 엇갈려…국회 통과 “장담 못해”

공정위는 법집행체계개선TF 구성·운영에 신중을 기했다.

여당과 야당, 사회 각계가 각각 추천한 인사로 10명의 TF 민간위원을 구성했다. 공정위 소관 국장, 행정안전부·법무부 등 관계 부처도 TF에 참여하지만 소관 과제에 한해서다. 사실상 외부전문가 위주로 TF를 운영하는 셈이다.

공정위가 TF 구성에 신경 쓴 것은 공정성·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공정위 일방의 해결책 도출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사안마다 찬반이 크게 엇갈린다는 의미다. 외부 전문가진에 여야의 추천인을 포함시킨 것은 결국 국회 동의 없이 과제 이행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TF가 도출한 11개 과제는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사안이다. 사인의 금지청구제, 전속고발권 폐지는 '소송 남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징벌성 손해배상제 확대, 집단소송 도입, 과징금 상향은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찬반 논란은 그대로 국회로 옮겨 갈 수 있다. TF가 어렵게 합의점을 도출하고 국회에 법안이 상정돼도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통과가 무한정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역시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공정위는 다음 주 시급한 5개 과제 중심으로 이뤄진 중간보고서를 공개한다. 나머지 6개를 포함한 종합보고서는 내년 1월 말 발표 후 국회 협의에 나선다.

공정위는 “그동안 찬반 논란이 있은 사안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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