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의 4차 산업혁명 전략

2017년 들어와서 '아베노믹스'로 일컬어지는 일본 성장 전력의 기축은 미래 투자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실체의 본질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모든 산업과 생활 생태계 전체에 투입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중의원을 전격 해산하고 실시한 10월 22일 총선거 압승 전략 요인도 혁신 기술 총동원, 생산성 극대화, 전 세대형 사회 보장 등 일본형 4차 산업혁명을 시현하는 국가 비전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초스마트 사회(소사이어티 5.0)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는 일본판 4차 산업혁명 전략은 초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아우르는 1억명 총 활약 사회 실현,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600조엔 시대 진입, 인생 100년 시대 구상 등 새로운 국가상과 국민 과제 해결의 선순환을 유인하는 중장기 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베노믹스 신전략 총사령탑은 지난해 설치한 '미래투자회의'다. 회의는 '일본재흥전략 2016'에서 결정된 '4차산업혁명관민회의'의 역할과 기존 '산업경쟁력회의'를 통합한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을 겨냥한 대담한 투자를 위한 관·민 합의제 기관이다. 지난 6월 미래투자회의가 발표한 '미래투자전략 2017 소사이어티 5.0 실현을 향한 개혁'은 일본판 4차 산업혁명 전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략에서는 건강 수명 연장, 이동 혁명의 시현, 물류체계 차세대화, 쾌적한 인프라, 핀테크 등 전략 분야별 4차 산업혁명이 실현된 초스마트 사회 이미지를 국민 시선으로 들춰내고 있다. 동시에 정책 자원을 집중 투입할 전략 분야별 로드맵과 함께 정책 효과, 목표, 진척 지표 등 세부 시책도 나와 있다. 시책을 횡단으로 지원하는 가치 원천의 창출과 가치 체계 최대화를 위한 지원 시스템도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여기까지는 여느 국가의 4차 산업혁명 전략 정도로 여길 수 있다.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은 이러한 전략 발표 직전에 제시된 정보기술(IT)종합전략본부(본부장 아베 총리)의 '세계 최첨단 IT국가 창조 선언, 관·민 데이터 활용 기본계획'이다. 계획은 일본형 4차 산업혁명 시현을 위한 민·관 데이터 역량을 집대성하는 데이터 닛폰 입국 집대성 전략이다.

계획의 모체는 2016년 12월 여야 4당이 연명한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양원내각위원회와 본회의 통과, 관보 공포·시행이 불과 3주 만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관민데이터 활용추진기본법'이다. 법에 기반을 둔 이 기본계획의 총론에선 “2017년은 전후 70년, 메이지 원년 기산 150년이 되는 대전환기라는 전제 아래 데이터 대유통 시대 도래”에 거국 차원에서 도전할 것을 선언한다.

데이터 대유통 시대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람, 사물, 데이터가 연결돼 전 지구 차원에서 거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인류가 공유하는 시대라고 진단한다. 특히 기본법에는 처음으로 AI를 법률 용어화할 정도로 국가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기본 계획에는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관민데이터 활용 추진전략회의'를 설치하고 중앙정부의 데이터 활용 기본계획, 도(道)·도(都)·부·현 단위뿐만 아니라 시·정·촌 단위 데이터 활용 추진 계획의 책정도 법제화하고 있다. AI 활용 극대화를 위한 사회 기반 구축과 AI 학습에 투입되는 데이터의 집약, 축적, 연구개발(R&D)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더해 개인 데이터 스토어(PDS), 정보은행, 데이터 거래 시장 등 분야의 횡단 데이터 유통 생태계 조성 방안도 담겨 있다. 실행 거버넌스는 내각정보통신정책감과 내각관방IT종합전략실, 신설된 각 부처 EBPM(Evidence Base Policy Making) 추진총괄관 등이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투자전략 2017'은 AI, IoT, 빅데이터, 로봇 등을 기본 축으로 연계하는 신산업 혁신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총동원 전략 로드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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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에 즈음해 새로운 생태계의 기본 골격에 대한 투자 확대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의 강점을 살린 정교한 대한민국의 미래 청사진이 수립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위원회와 위원들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수 있다는 중차대한 시대정신으로 혼신을 다한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하원규 초빙연구원/ ETRI 네트워크연구본부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