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전자파전력 측정표준의 미래

1977년 개봉 이후 최근까지 시리즈로 제작돼 사랑을 받고 있는 공상과학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편에는 영화 역사상 유명한 '내가 너의 아버지다(I am Your Father)'라는 대사가 나온다. 측정 과학자가 볼 때 이 대사는 측정의 끊어지지 않은 연결고리 또는 족보, 다시 말해 측정소급성을 한 줄로 명료하게 말한 예시다.

현대 과학기술 시대에서 족보를 찾는 일이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측정에서 소급성을 확보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 시장이 하나로 통합된 오늘날, 국가 간 무역품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비롯한 성능보증 문서는 예외 없이 측정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측정의 동등성과 근원을 확인해 주는 측정소급성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전자파 측정량의 하나인 전자파전력은 반도체 소자의 특성 측정, 무선 이동 통신망 구성, 전자파적합성(EMC) 시험 등 다양한 전자파 측정의 기본이 된다. 최근 들어 5세대 통신, 자율주행 차량용 레이다, 유도무기 탐색기술의 발전과 함께 밀리미터파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통신시스템 설계나 전자파 인체영향 등의 연구에서 밀리미터파대역 전자파전력 측정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밀리미터파전력 측정소급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소급성을 담보할 수 없는 측정결과들이 국내외 학술논문에 발표되기도 한다. 제작사들이 제시하는 제품규격마저 엄밀하게 검증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의 국가측정표준기관에서는 해당 대역의 전자파전력 측정소급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주파수가 높아짐에 따라 동반되는 고출력 신호원의 확보, 고정밀 수동소자 제작, 측정소자 개발 등의 난제들로 인해 국가측정표준기관이 단독으로 기술적,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며 연구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현재 선도적으로 전자파전력 측정표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선보일 정보통신기술(ICT) 개발에 필요한 325㎓ 대역 전자파전력 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자국 내 통신사 및 전자파 계측장비 제작사와 협력하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 및 영국도 미국 내 계측장비 제작사와, 독일은 자국 내 제작사와 협력함으로써 꾸준히 측정표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도 자국 내 통신, 방위 산업계의 측정표준 확립과 국제적인 위상 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전자파전력 측정표준의 주파수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제 및 전기전자 산업 규모에 비해 전자파 계측기 산업의 기반이 부족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해외 주요 계측기 업체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전자파전력 측정표준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민감한 원천기술 및 소자에 대한 기술적 접근에 어려움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표준연은 상용제품을 응용한 밀리미터파대역 전력측정 표준 개발에 주력해, 최근 1테라헤르츠(㎔)까지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하고 검증해 내고 있다.

측정 연구자의 헌신적인 노력에 산업계 및 정부의 지원이 더해져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파 측정표준을 확립, 세계 여러 나라에 우리가 확립한 측정표준을 제공하는 원대한 목표가 속히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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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파센터 책임연구원

권재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파센터 책임연구원 jykwon@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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