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30대 아빠들은 어떤 차를 가장 갖고 싶어할까. 딱 1대만을 고르라면 날렵한 스포츠카나 품위 있는 세단보다 주중에는 출퇴근, 주말에는 가족과 캠핑을 떠날 수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제격이다.
볼보자동차가 8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중형 SUV '더 뉴 XC60'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 뜨겁다. 평범한 30대 아빠인 지인들은 '승차감은 어떠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냐'면서 질문을 쏟아냈다. 그 중에는 더 뉴 XC60을 현실적인 '드림카'로 꼽는 이도 있다.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강원 홍천을 왕복하는 약 230km 구간에서 더 뉴 XC60을 살펴봤다.
외관은 볼보 특유의 견고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가 잘 묻어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윗급 모델인 대형 SUV '더 뉴 XC90'을 빼닮았다. 완성도 높은 외관 디자인은 볼보자동차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가 주도했다.
이 디자이너는 지난달 열린 더 뉴 XC60 신차발표회에서 “화려함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명품의 가치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더 뉴 XC60은 기존 세대보다 전장 45mm, 전폭 10mm 늘어났고 전고가 55mm 낮아지면서 더 안정적인 차체 비율을 구현했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축간거리가 90mm 길어져 더 여유롭고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실내에 들어서면 볼보가 추구하는 인간 중심의 북유럽 디자인을 체감할 수 있다. 플라스틱과 인조가죽으로 마감된 일반 자동차의 기계적인 느낌과 달리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우드 트림과 최고급 소가죽 시트 등이 마치 아늑한 거실에 앉은 느낌을 준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태블릿 PC를 옮겨 놓은 듯한 9인치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끈다. 기존 모델들보다 글꼴과 버튼을 키워 조작성을 높였다. 다만 그래픽 시인성이 떨어지는 내비게이션 지도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시승 내내 불편했다.
파워트레인은 사륜구동 시스템을 기본으로 디젤 엔진 D4와 가솔린 엔진인 T6로 구성된다. 시승차는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디젤 모델 'D4 AWD'다.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으로 넉넉한 힘을 지녔다.
먼저 도심 구간에서 드라이브 모드를 '컴포트'로 설정하고 영국산 '바위스&윌킨스'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며 일상적인 주행성능을 체험했다.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잘 억제된 느낌이다. 운전대가 가벼워 조향이 쉽고, 방지턱도 부드럽게 넘는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다이내믹'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고 속도를 높였다. 즉시 운전대가 무거워지면서 가속 페달도 한층 민감해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를 8초대에 도달할 만큼 반응이 빨라져 추월도 무리 없이 해낸다.
국도에서는 운전대에 자리한 버튼을 눌러 볼보가 자랑하는 반자율주행 기능 '파일럿 어시스트 II'를 작동해봤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선행 차량 없이도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유지한다. 여기에 양쪽 차선 사이 중앙에서 차량이 달릴 수 있도록 일정 시간 조향까지 보조해준다. 완벽한 자율주행은 아니지만, 장거리 주행 시 운전자 피로를 줄여줄 꽤 편리한 기능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자동차답게 안전사양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차량 충돌 회피 기능과 긴급 제동 시스템,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등을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탑재했다.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으로 확인한 연비는 리터당 13km. 덩치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공인 복합연비는 13.3km(도심 12.0km·고속도로 15.2km)다. 이날 시승한 더 뉴 XC60 D4 AWD 인스크립션 모델의 가격은 6740만원이다. 뜨거운 인기를 입증하듯 볼보는 더 뉴 XC60 국내 출시 3주 만에 벌써 1000대를 계약 받았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