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모바일 기반 핀테크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신(新)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시장은 물론 핀테크 시장의 요지로 꼽히는 미국, 영국 등 세계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IT기반 플랫폼 장악에 나선 것이다. 스마트결제 에코시스템을 통해 세계를 자사 모바일 앱에 연동하려는 취지다.
막대한 자금과 인수합병(M&A)를 통해 두 거대기업 알리바바, 텐센트를 앞세워 세계 모바일결제 이용자를 유입하려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민관 합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세계 유망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인수에 나섰다.
2015년 알리바바는 모바일결제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인도 모바일결제 기업 페이티엠(PAYTM)에 6억8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올해 3월에 1억77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50% 지분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에는 타이 어센트머니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센트머니는 타이 통신사 트루 코퍼레이션에서 스핀 아웃된 기업이다. e커머스 시장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알리바바는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모바일결제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에는 필리핀 통신사 글로브 텔레콤 결제부문 민트(Mynt)사에 출자했다. 민트는 전자화폐(G-캐시)를 제공한다. 이 전자화폐로 모바일 통화료와 공공요금을 지불할 수 있으며, 쇼핑도 가능하다. 보유고객수는 300만명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에 앤트파이낸셜은 2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관광객이 찾는 국내 다수의 알리페이 가맹점을 카카오페이 가맹점으로 통합, 한 가맹점에서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지난 1월에는 국제송금서비스인 머니그램 매수를 공식 발표했다. 정부 반대로 매수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머니그램 인수가 확정되면 알리바바는 모바일결제와 관련된 모든 플랫폼을 하나로 통합해 제공하는 영향력을 과시하게 된다.
이용자 20억명을 목표로 구글, 애플,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세기의 거대 공룡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알리바바그룹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텐센트도 막대한 자본을 내세워 세계 동북공정을 시작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탄생한 위챗페이 플랫폼을 세계 모바일결제 플랫폼으로 고도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텐센트는 온라인 게임과 QQ에서 판매하는 음악콘텐츠 등의 판매를 목적으로 텐페이라는 결제서비스를 내놓았다. 특히 위챗페이는 춘절에 실시한 홍바오라는 캠페인을 바탕으로 '홍바오 사회현상'까지 창출해냈다. 위쳇페이 이용자수는 지난해 말 기준 6억9700만명에 달했다. 텐센트는 카카오뱅크에 주주로 참여해 한국시장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이 두 기업은 모바일만으로 비자, 마스터카드, 은련카드를 이미 뛰어넘었다.
올해 중국 핀테크 시장 거래규모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계 핀테크 기반 거래규모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올해 글로벌 핀테크 거래는 3조3000억달러, 한국은 512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중국의 벤처캐피털(VC) 핀테크 투자도 알리바바의 투자유치 등으로 지난해 6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중국 알리페이와 텐센트가 애플, 구글은 물론 비자, 마스터 카드 연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핀테크 기업 성장세는 눈부시다. 지난해 22개 글로벌 핀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가운데 6개가 중국 핀테크 기업이다.
모바일결제는 소비자가 스마트폰 등 모바일단말을 통해 디지털화된 정보를 송신해 구입한 상품이나 서비스 대가를 지불한다. 온라인 거래의 기반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 결제는 곧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주도권을 의미한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거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이미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앞세워 플랫폼 장악에 착수했고, 투자도 다른 글로벌 기업을 압도했다. 모바일결제 시장을 장악하면 세계 유통과 금융, 온라인 시장을 통째로 주도할 수 있다. 올해 중국 핀테크 거래규모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수 수원대 교수는 “중국은 향후 5년간 핀테크 시장에서 연평균 30% 성장세를 보이면서 압도적 1위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