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쟁점 부상한 '공개경쟁'…노사 갈등 고조될 듯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쟁점 가운데 가장 뜨거운 사안은 '공개경쟁'이다. 단순히 전환 규모를 놓고 줄다리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환 방식 자체를 흔든다는 점에서 이견이 첨예하다. 최종 가이드라인에 어떤 식으로든 공개경쟁이 언급되면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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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출연연 경영진이 공개경쟁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연구기관 특수성 때문이다. 출연연 연구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숙련도만으로 직무 역량을 판단할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연구실에서 실무를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일괄 전환하기가 어렵다. 기존 인력과 외부 취업 희망자를 경쟁시켜 최고 인력을 새로 뽑자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출연연 관계자는 “연구원에게는 고도의 창의성과 최신 연구 성과가 요구된다. 입사 희망자도 많은 '청년 선호 일자리'인 만큼 들어오려는 사람도 많다”면서 “정규 인력을 확보할 때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을 놓고 교육 현장에서 일어난 혼란과 유사한 측면도 있다. 애초 기간제 교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부 방침에 따라 정규 채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서 임용고시 준비생과 형평이 어긋난다며 '채용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흐지부지됐다. 출연연 역시 '정규 연구원은 엄격한 채용 절차가 필요하다'는 비슷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공공연구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경영진의 공개경쟁 도입 주장은 비정규직을 몰아내고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전환심사위원회에서 결격 사유가 있는 인력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데도 공개경쟁을 도입하는 건 '약속 파기'라는 입장이다.

신명호 공공연구노조 정책위원장은 “경영진 논리대로라면 현재 출연연의 고위급도 모두 검증과 공개경쟁 대상이다. 현장의 희망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처사”라면서 “결격 사유가 있는 인력만 걸러 내고 원칙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공개경쟁 도입 여부 때문에 가이드라인 발표까지 연기했다. 어떤 식으로든 출연연의 주장이 반영될 가능성이 짙다는 분석이다. 공개경쟁 폭, 방식, 기준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출연연 현장에서 노사 갈등이 불거질 우려가 있다. 실제 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8월부터 비정규직 170여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정부 가이드라인 발표 시기와 겹친다. 가이드라인 발표가 지연되자 고용 불안을 느낀 비정규직이 무더기 가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정규직 전환이 불발되면 강경 투쟁이 예상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