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승 이하 레저용차량(RV)에 액화석유가스(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LPG RV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1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5인승 이하 RV에도 LPG 연료 사용을 허용한 것이 개정안 핵심이다. 법사위가 27일 개정안을 의결한 뒤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개정안은 즉시 시행된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RV LPG 모델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 이달부터 모델 개발을 시작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5인승 RV LPG 모델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이미 LPG 엔진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상용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기반으로 한 LPG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코나는 올해 6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할 만큼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는 주로 '쏘나타', '그랜저' 등 렌터카나 장애인용으로 판매되는 일부 세단 제품군에만 LPG 모델을 판매해 왔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중형 SUV 'QM6' LPG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이다. 현재 QM6는 디젤과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국내 업계 유일하게 원통형 LPG 탱크 대신 부피를 크게 줄인 '도넛'형 탱크를 개발, 양산 모델에 탑재하고 있다. 도넛형 탱크는 LPG 모델도 일반 모델과 동일한 트렁크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V가 주력인 쌍용자동차도 최근 LPG 모델 개발 검토에 들어갔다. 소형 SUV '티볼리'와 대형 SUV 'G4 렉스턴' 등 다양한 제품군에 LPG 엔진을 탑재하는 방안을 두고 시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LPG 차량의 최대 강점은 저렴한 연료비다. 일반 가솔린차나 디젤차보다 상대적으로 연료 효율 면에서 불리하지만, 연료비 자체는 저렴한 편이다. LPG 리터당 가격(9월 3주차 기준)은 813원으로 디젤의 63%, 가솔린의 54% 수준이다.
하지만 파워트레인 성능 개선 없이 단순히 LPG 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시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일반인 구매가 가능한 7인승 RV LPG 모델인 한국지엠 올란도의 경우 전체 판매 비중이 7.9%에 불과하다. 디젤보다 출력이 떨어지고, 세단보다 상대적으로 차체가 무거워 연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차가 갤로퍼를 통해 LPG 모델을 선보였지만, 낮은 출력과 연비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단종된 사례가 있다”면서 “기술 개발을 통해 LPG 모델의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선행돼야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