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SK, 전기차 배터리 기술 고도화...中과 격차 더 벌린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우리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중국과 기술 격차 벌리기에 나선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배터리의 마지막 기술로 불리는 '811'기술을 확보했다. 삼성SDI는 테슬라 전기자동차가 사용하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계 배터리로 기술을 끌어올린다. 세계 전기차 시장 확대로 자국 시장 보호뿐만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업체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의 맹추격을 따돌리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 NCM(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각각 8:1:1로 하는 신형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의 니켈·코발트·망간 6:2:2 비율에서 니켈 비중을 80%까지 높이면서 에너지 밀도가 종전보다 10~20% 향상된다. 이는 양극재 활물질 구조 안정화와 분리막 코팅 기술로 니켈 비중 상승에 따른 안전성을 높였다. 전해질 첨가제 등을 통해 열과 가스 문제를 해결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다. 기존의 NCM(6:2:2) 대비 에너지 밀도 상승뿐만 아니라 코발트 비율을 낮추면서 중국 업체의 코발트 광물 사재기로 인한 가격 인상 부담도 덜 수 있는 효과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 전기차에 비해 출력 기복이 낮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811 배터리를 투입한 후 내년 3분기부터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자세한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이들 회사는 신기술 도입에 따른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산 초기에는 6:2:2 비율 양극재와 블랜딩해 사용하면서 811 배터리 비중을 점차 늘려 갈 예정이다.

삼성SDI는 NCM 811 배터리 개발 검토와 함께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로 사용되는 NCA(코발트·니켈·알루미늄) 배터리 고도화에 나선다. 삼성SDI 역시 니켈 비중을 현재 80% 수준에서 그 이상으로 높이는 핵심 기술을 확보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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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 전기차 모델 '올 뉴 이란터(伊?特) EV'. 베이징현대는 올해 배터리 공급선을 SK이노베이션에서 중국 CATL로 교체했다.

계획대로 국내 3사가 이 같은 차세대 배터리 양산 기술까지 확보한다면 중국과 기술 격차는 최소 약 3년을 벌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용 배터리로 주로 리튬인산철을 사용했지만 자국 이외 시장 수요처를 발굴하지 못해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우회하고 있다. 중국 리튬인산철 배터리 1위 기업인 비야디(BYD)는 삼원계(NCM·NCA)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위해 지난 8월 현지 배터리 제조사 궈쉬안가오커(國軒高科)와 양극재·전구체 합작사를 설립했다. 2015년부터 삼원계 배터리 연구개발(R&D)을 시작했지만 전기차에 삼원계 배터리를 장착한 건 자사의 '탕100(Tang100)'과 '친100(Qin100)' 등 일부다. 중국 2위인 CATL은 모회사이자 애플 독점 공급사인 ATL의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활용,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로 삼원계를 쓰고 있지만 공급처는 자국 내 전기차가 전부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산 삼원계 배터리 인증을 내주지 않으면서 베이징현대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처를 SK이노베이션에서 CATL로 교체했다.

전기차 전문가 박철완 박사는 “811 배터리는 NCM계의 마지막 기술로, 계획대로 양산까지 진행된다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3년 이상 벌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차세대 전극활물질(NCM811, 차세대 NCA 등) 도입은 필연이고, 중국과의 경쟁이 중국 본토를 넘어 세계로 확대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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