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정부가 국내 헬스케어 기업과 병원에 러브콜을 보냈다.
주한핀란드 대사관 무역대표부는 13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국내 헬스케어 관련 기업과 병원 관계자를 비공개로 초청, '헬스테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핀란드 헬스테크 산업에 국내 기업과 병원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제시됐다.
노라 카렐라 핀프로 헬스케어산업국장은 연구개발(R&D) 센터 유치 의사를 내비쳤다. 높은 교육 수준과 저렴한 인건비를 경쟁력으로 꼽았다.
카렐라 국장에 따르면 핀란드 국민 84%가 고등교육을 받았다. 박사과정까지 무료다. 100만명 당 연구개발 전문가가 7428명으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전체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개발 인력 수는 2위지만 경력을 갖춘 전문가 수는 가장 많다.
카렐라 국장은 “핀란드 내 R&D센터 운영비용은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적게 든다”면서 “GE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핀란드에 연구개발 센터를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핀란드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가상병원'도 국내 기업과 병원이 참여할 수 있다.
가상병원은 각 가정에 병원을 둔다는 개념이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진단과 처방은 물론 예방과 검진 등이 가능하다.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온라인으로 병원을 예약할 수 있다.
환자가 증상 정도와 위치, 기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진단과 처방이 이뤄진다. 면담이 필요한 경우는 관련 전문의와 영상통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생아 폐혈증을 24시간 이전에 예측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IBM 왓슨이 최근 15년간 신생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비자 혼카넨 헬싱키대학병원 전략개발본부장은 “응급실 내 외국인 환자 통역이나 수술 후 상처 회복 검진에 인공지능을 활용했지만 실패했다”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측이나 진단 등에 한국 기업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54년부터 수집된 핀란드 국민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프로젝트에도 길을 열어놓았다.
핀란드는 1954년부터 의료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98% 이상의 환자 데이터가 전자정보 형태로 저장돼있다. 76%인 미국보다 많다.
2018년에는 국립유전자센터를 열고 국민 유전자 정보도 쌓아놓는다. 현재 시범 사업 형태인 유전자 분석 시스템을 상용화해 이곳에서 통합 분석한다고 뚤라 띠호넨 핀란드 이노베이션펀드(SITRA) 이사가 소개했다.
띠호넨 이사는 “핀란드 국민은 개인 의료데이터나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는 데 거리낌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국가 디지털 헬스 허브에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의 연락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방한 기간 중 행사장을 찾은 마리아 로헬라 핀란드 국회의장은 “능력 있는 의사가 좋은 기술을 활용해야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서 “기술을 통해 의료비용을 줄이고 환자 스스로 건강을 책임지는 문화를 한국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니인터뷰>노라 카렐라 핀프로(Finpro) 헬스케어산업국장
“고령화로 인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글로벌 이슈입니다. 어떤 국가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노라 카렐라 핀프로 헬스케어산업국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해법은 '협업'”이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했다.
카렐라 국장은 핀란드 경쟁력으로 △효율적인 헬스케어 시스템 △디지털 헬스분야 글로벌 리더 △최고 수준의 기술력 △교육 수준이 높은 국민 △세계 수준의 R&D △스타트업 환경을 꼽았다. 한국 기업이 충분히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핀란드는 20년 전에 인터넷 뱅킹을 도입하면서 PC와 인터넷, 개인정보 제공 등에 익숙하다. 데이터 가용성, 기업과 대학 간 공동 연구도 활발하다.
덕분에 핀란드 디지털 헬스 산업은 최근 20년 동안 5배 성장했다. 평균 성장률이 6~10%다. 아시아권 수출도 7~10%씩 성장하고 있다.
카렐라 국장은 “한국과 핀란드 공통점은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보유한 강국”이라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과 핀란드가 서로 최고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