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플래시를 본딴 광 장치를 이용해 7㎚(나노미터) 수준의 초미세 반도체 패턴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고효율·고집적 반도체 소자를 단순한 공정으로 제작할 수 있어 생산 수율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총장 신성철)는 김상욱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그동안 상용화가 어려웠던 고분자 분자조립 패턴 기술에 빛 조사 공정을 가미해 초미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패턴을 아주 작게 형성하는 리소그래피 기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소그래피는 웨이퍼에 패턴을 넣는 일련의 공정이다. 주로 광 리소그래피 공정이 쓰인다. 웨이퍼에 붙인 감광물질에 패턴을 전사하는 공정으로 패턴 크기는 10㎚까지만 줄일 수 있었다.
10㎚ 이하 크기로 패턴을 형성하기 위한 방법이 고분자를 이용한 '분자조립 패턴' 기술이다. 같은 종류의 고분자 물질이 자발적으로 서로 모여 정렬하는 특성을 이용한 신기술이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200도의 열을 오랫동안 가하거나 화학 용매에 노출시키는 등 공정이 복잡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강한 빛을 한 순간에 배출하는 카메라 플래시의 동작 원리를 이용, 강한 빛을 고분자에 가해 빠르게 패턴으로 정렬되도록 했다. 고분자에 전달되는 온도가 600도에 달하지만, 조사 시간이 15㎳(밀리세컨드)에 불과해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이 기술은 플렉시블 소자와 같이 열에 취약한 소자를 만들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대면적의 초미세 반도체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가로세로 10㎝면적에서 반도체 제작에 성공했다. 실제 생산 공정에 활용되는 30㎝ 대면적 반도체도 만들 수 있다. 수 년 안에 양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욱 교수는 “분자조립 패턴 반도체 기술은 잠재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공정효율이 떨어져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분자조립 패턴 반도체의 상용화를 크게 앞당기는 획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