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A 떠난 백기승 원장 "4차산업혁명 시대 초월의 리더십" 절실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이 3년 임기를 온전히 채우고 퇴임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설립 후 처음으로 임기를 마친 원장이다. 백 원장은 KISA 원장으로 일하며 느낀 한국 ICT 현실과 개선 방향을 담은 '혁신 국가의 적들'이란 책에 담았다.

백 원장은 이른바 낙하산 인사의 주인공이었다. 수많은 비판과 논란 속에 KISA 원장이 됐다. 백 원장은 “나는 하늘을 날아 떨어진 어공 낙하산이었다”면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나 자신과 기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이 뛰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본인과 직원, KISA 존립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단순히 자존심을 지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백 원장은 “인터넷과 정보보호 등 KISA가 하는 역할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성공과 실패에 대한 책임이 걸린 문제였다”면서 “장기 침체에 지친 우리 경제가 재도약을 이뤄내느냐는 국가 명운이 달린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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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승 전 KISA 원장이 “혁신국가의 적들”을 펴냈다.

그는 KISA에서 3년을 지내며 ICT 강국의 부끄러운 현실과 마주쳤다. 앞선 기술 인프라는 갖췄는데 과거에 발목 잡힌 사회 자체였다. 백 원장은 “시너지를 내야 할 기관은 견제하고 기업은 독생만 고집 한다”면서 “전문가는 잘못된 문제에 침묵하고 구성원은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B급 국가 결정 장애와 행동 지체 복합 증상이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한다고 진단했다. 우리는 ICT인프라는 충실하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장기 안목이 부족하다.

백 원장은 “우리는 관이 주도해 2, 3차 산업혁명에서 성공을 거둔 추억이 있다”면서 “ICT 스타트업 지원도 구시대 관점에서 접근해 과잉보호와 일방적 지시가 주를 이룬다”고 강조했다. 미래 자생력을 갖춘 기업 풍토가 절실하다.

그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는 외부에 발생해 우리가 통제할 수 없었지만 지금 4차 산엽혁명은 우리가 만든 기반에서 일어나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백원장은 “준비하고 앞서갈 수 있는 ICT 시대가 코앞인데 형식 논리에 매몰된 현실이 안타깝고 본질로 채워지지 않는 미래 준비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공직은 무한 반복되는 '베끼기'와 '눈치보기'에, 학계와 협단체는 눈앞에 이해에 따라 입장 바꾸기에 바쁘다고 꼬집었다.

그는 “패스트팔로어 시절에 통했다는 이유로 창의적 결정과 열정적 책임은 미룬 채 고민 없이 모방하는 '정책 답습'은 답이 없다”면서 “4차 산업 혁명 시대 초월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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