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상화폐, 성격 규정부터 서두르자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이 여의도에 들어섰다. 주식 객장 앞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이 바뀌며 주가등락을 표시해 주던 대형 시세판의 형태와 똑같다. 가상화폐를 사려면 지불해야 할 현실 화폐량과 시시각각 변하는 기준 가격 등이 공개된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등 6개 가상화폐 시세가 다 표시된다.

민간 가상화폐 거래소 한 곳이 이벤트 차원에서 열었다고 가볍게 받아 넘기기엔 너무 무서운 변화다. 몇년 전 비트코인이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가상화폐는 게임에서 사고파는 '아이템'이나 '가상머니' 정도로 여겼다. 거래도 인터넷을 통해 암거래 형태로 이뤄졌다.

최근 들어 가상화폐의 위세는 가위 태풍급으로 바뀌었다. 일본이 가상화폐를 일반 통화와 같은 법적 구속력으로 인정하고 나섰고, 가상화폐는 안전성·비밀성 등을 가치로 더하며 시세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물론 중국 정부가 모든 가상화폐를 부정하며 치솟던 국제가격에 제동을 걸긴했지만 매력적인 화폐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우리 정부도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민간 가상화폐 거래소의 마진 거래를 위한 신용 공여 여부를 따져 보기로 했다. 사실상 제도권 화폐로 인정하는 절차라는 관측이 더해졌다.

우선 우리 금융 체계 안에 가상화폐를 어떤 성격으로 규정할지부터 정하는 사회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중국처럼 강공으로 가상화폐를 배척하는 방식은 택하지 못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초기 화폐로서의 가치와 성격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는 이를 둘러싼 민간 영역의 서비스와 상품화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출발선이 된다.

자꾸만 시간을 끌다 보면 법·제도는 가상화폐를 가로막거나 무방비로 모든 것을 열어 주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여의도에 생긴 가상화폐 시세판이 금융 시장의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알리는 신호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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