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는 100년 전에 등장해 묻혀 있다가 사회 요구와 관련 분야 발전에 힘입어 다시 깨어나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기술이다.
현재 전기차 기술은 완숙 단계에 이르렀고,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시장도 빠르게 변해 내연기관 위주의 차량 부품 시장은 전기차 부품과 소재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동시에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변화를 수반하며 산업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하나의 기술이 등장해 발전을 거듭하면서 우리 실생활에 밀착 적용되는 과정에는 기술 효용성뿐만 아니라 사회 상황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전기차는 도입에 따른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 측면에서 끊임없는 의문을 받아 왔다.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려면 결국 화석연료가 필요하고, 신재생에너지는 여전히 효율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전에서 바퀴까지'(Well to Wheel) 에너지 변환의 전 과정에서 전기차 효율을 조사한 결과 내연기관 차량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도 내연기관 대비 50%에 불과하다.
전기차 도입은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보건 위생비용 증가를 비롯한 삶의 질 저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다.
실제로 대기오염과 환경문제에 대응해 노르웨이·네덜란드는 2020년 전후,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프랑스·영국 등은 각 2030년 및 2040년부터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를 퇴출시키거나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변화를 추구하는 국가는 오는 2020년을 기점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해 전기차 생산 라인이 크게 늘면 차량 모델은 더욱 다양해진다. 보조금에 의지해 온 전기차 가격은 2024년을 전후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전기차의 강력한 경쟁 상대인 연료전지차는 시장 활성화까지 10여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팽창을 예고하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부품 산업과 리튬배터리를 비롯한 소재 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기술 문제가 남아 있다.
먼저 1회 충전당 짧은 주행 거리 문제다. 이는 전기차 구입을 꺼리도록 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다. 최근 배터리 기술 발달로 주행 거리가 300~500㎞ 늘었지만 배터리 용량 증가와 동시에 늘어난 충전 시간 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주목할 점은 전기차 대중화의 핵심 과제인 배터리 용량 기술이 전기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용량이 작은 배터리는 이용 방전율(DOD) 때문에 수명이 짧아져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의 응용이 불가능했다.
반면에 고용량 배터리는 수명에 미치는 DOD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ESS로 활용할 수가 있다. 즉 일정 범위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게 돼 ESS 시장에서 전기차가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규모 산업용 ESS뿐만 아니라 전기차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전기차를 ESS로 활용할 경우 최근 이슈로 떠오른 탈원전 문제에서 일부분의 해결책을 제공할 수도 있다.
탈원전 문제의 해결은 발전전력량 확보와 최대 전력부하시(피크타임) 예비전력량 확보에 달렸다. 전력 사용에 여유가 있는 심야 시간에 남는 전력을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피크타임에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는 친환경 교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다용도 기술이자 제품이다.
임근희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ghrim@ker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