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브로커리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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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 위탁매매(브로커리지) 1위인 키움증권의 시장점유율은 15%를 웃돈다. 한 자릿수 점유율을 보이는 2위권 증권사들과 격차가 크다.

키움증권은 2000년 출범 당시부터 점포가 없는 온라인 증권사로, 파격적인 낮은 수수료를 선보인 덕분이다. 키움증권이 값싼 수수료를 무기로 브로커리지 강자로 자리 잡은 지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다른 증권사도 수수료 무료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증권사에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수수료 무료를 내걸기 시작한 것은 더 이상 상장 주식 위탁매매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분기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400억원도 안 된다. 분기 수익은 1395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약 150억원 늘었지만 브로커리지 수익은 10억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 평균에도 못 미친다.

증권사들은 이제 브로커리지 수익보다 기업 금융(IB), 자산 관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이나 안정적이면서도 시중금리 이상의 금융 서비스 제공에 집중한다. 일반투자자의 주식 시장 기피 현상도 한몫했지만 더 이상은 단순 중개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단순히 주식 매매 중개로 돈을 벌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블록체인의 등장은 이를 더 가속시킬 것이다.

블록체인 체계가 모든 거래를 중개자가 필요 없는 개인간(P2P) 네트워크 형태로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이제야 증권사는 업계 간 장벽이 사라진 금융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브로커리지 무료화 등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히 무료 수수료를 내걸고 계좌 수를 늘리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업의 본질 이해가 필요하다.

안정되면서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금융투자 상품 발굴과 기업 금융을 위한 자금 조달 기능 강화 등에 나서야 한다. 이제 은행과도 직접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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