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5대, 전기차 3대…온실가스 인센티브 역차별 논란

정부가 친환경차에 온실가스 배출권 인센티브를 부여하면서 전기차보다 수소차에 더 많은 가점을 줘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업계는 역차별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행정규칙 '자동차 평균에너지소비효율기준·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및 기준의 적용·관리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면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자동차의 경우 1대당 3대의 판매실적을 산정한다'는 기존 내용에 더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판매한 수소연료전지자동차는 1대당 5대의 판매실적으로 산정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자동차 제조사가 수소차 1대를 팔면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이 내연차 5대를 판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제도에 따라 자동차 1대 온실가스 배출량을 킬로미터(㎞)당 127g으로 제한하고 있다. 수소차 1대당 5대의 판매실적으로 산정하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은 이에 5배인 635g/㎞으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에 동일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로'인 순수전기차를 판매하더라도 자동차 제조사는 기존과 동일하게 내연차 3대에 해당하는 가점만 받을 수 있다. 순수전기차가 아닌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차량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50g/㎞ 미만일 경우 판매실적이 2대로 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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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 (사진=전자신문DB)

이 제도는 친환경차 보급을 장려해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차량당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기준이 매년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는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해 이를 상쇄해야 한다.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친환경차 대세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아직 제대로 상용화도 안 된 수소차에만 인센티브를 상향조정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수소차는 충전시설에서 공급받은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결합해 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고 배기가스 대신 순수만 배출하기 때문에 궁극의 친환경차로 불린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안전성, 충전인프라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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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FE 수소전기차 콘셉트' (사진=전자신문DB)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보급을 장려한다는 측면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정책 지원이 수소차에서 그친 점은 아쉽다”면서 “수소차가 궁극의 친환경차라고는 하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넘어야할 관문이 많은 만큼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인 전기차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외에도 친환경차에 온실가스 배출 인센티브를 주는 '슈퍼크레딧(Super-Credits)' 제도가 있지만 전기차와 수소차 등 차종을 구분해 놓은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

유럽연합(EU)은 차종별 구분을 두지 않고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g 이하인 차량에 대해 2012~2013년에는 3.5대, 2014년에는 2.5대, 2015년에는 1.5대,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1대의 가점을 부여한다.

어느 나라보다 전기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중국은 올해 전기차 1대에 주는 온실가스 배출 산정 시 가점으로 5대를 인정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은 가시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에 수소차 보급대수는 연 수십대 정도로 미진한 상황이어서 정책 지원으로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수소차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면서 “2020년 이후 방침은 추후 결정이 이뤄질 예정으로 현재는 기본적으로 해외 국가보다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에 주는 크레딧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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