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 의혹 일자 설문결과 공개…"실현가능성 65%가 부정적"
비공개·폐기 절차에 있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의 '에너지 정책 방향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새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기조에 설문 결과를 밝히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자 설문 결과 일체를 언론에 배포했다.
탈원전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56%를 차지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65%가 부정 입장이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은 77%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탈석탄 정책에 대해서도 72%가 긍정 입장을 밝혔다.
과총은 20일 김명자 회장 주재로 과학기자 초청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본지 7월 19일자 1면 참조
설문조사는 6월 12~15일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 과학기술학회, 기업,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시민단체, 정부기관, 일반 공공기관 등에 소속된 회원과 임직원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2029명이었다.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화력 비중을 높이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적절하다'는 41%, '부적절하다'는 46%가 각각 나왔다. 소속별로는 정부·일반공공기관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57%)이 다소 높게 나타난 반면에 시민단체는 '적절하다'는 의견(56%)이 높아 대조를 보였다.
가장 관심을 끈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질문은 반대 의견이 많았다. 탈원전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56%, '필요하다'는 의견은 32%를 각각 기록했다. 탈원전의 현실 가능성에서는 격차가 더 커진다. 65%가 탈원전 정책의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탈원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에서도 당장의 탈원전은 시기상조로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탈석탄 정책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72%를 기록했다. 실현 가능성도 55%가 긍정 답변을 했다.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미래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77%)와 친환경·저탄소 미래에너지 발굴(88%), 신기후체제에 대응하는 에너지 거버넌스 구축(86%)이 필요하다는 반응이었다.
전반으로는 원전을 통해 국가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갖추고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미래 에너지원을 확충하자는 여론으로 풀이된다.
원자력계의 안전 및 핵연료 관리 노력도 요구된다. 탈원전 정책이 필요치 않다고 응답한 경우 원자력 발전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되 안전성 강화(58%), 원전 이용에 따라 증가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장기 관리정책 수립(30%)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 '전문가 의견 수렴과 사회 합의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데에는 49%로 가장 많은 답변이 나왔다. 다음으로 39%가 국가에너지 계획 수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명자 회장은 “과총은 모든 과학기술계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에너지 분야 이외에 다른 과학계 의견까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에너지 분야에서 유의미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온 부분이 있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관련 기관에 설문 결과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를 전체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공식 발표로 과학기술계가 이렇다는 의견을 전하기보다 에너지쪽 의견이 담긴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더 낫다고 봤다”고 답변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졸속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기료 상승, 전력 부족, 관련 일자리 상실, 기반 기술 발전 원점화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후대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에 과기계 전문가를 포함시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 해 원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인지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