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100대 국정과제]말 많은 '탈원전' 정책… 실효성 있는 에너지 보완 정책이 없다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다. 설계 수명을 다한 원전은 수명 연장도 금지되고, 산업용 전기요금은 재조정·인상이 예고됐다. 그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고, 에너지 효율 산업 지원이 강화될 전망이다.

국내 현실 여건상 어렵고 임기 내 성과를 보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 목표 달성과 정책 지속 가능성 확보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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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국정 과제 캐치프레이즈를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으로 삼았다. 대통령 선거 공약과 출범 이후 약 2개월 간의 행보로 보여 준 정책 의지를 그대로 담았다.

굵직한 이슈만 뽑아 보면 △신규 및 수명 연장 원전 금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 개편 및 에너지 효율화 육성 정도로 정리된다. 대용량 발전원과 전기 과소비 부문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여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를 키우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장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삼척 또는 영덕에 들어서기로 한 미확정 원전 2기까지 총 6기의 신규 원전이 건설 취소된다. 현재 공론화 작업에 들어간 신고리 5·6호기는 국정 과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도 재공론화가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공론화를 마쳐 관련 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다시 공론화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명시했다.

전기요금 부문에서도 변화가 예고됐다. 우라늄, 석탄, 액화천연가스(LNG)의 발전용 연료 세율 체계를 조정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도 개편한다는 구상이다. 발전용 연료 세율 조정은 LNG보다 세제 항목이 적은 우라늄과 석탄에 과세 항목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체로 볼 때 발전용 연료 세액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방법으로 발전 단가 상승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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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DB.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경부하 요금제가 대상이다. 내년까지 경부하 요금을 차등 조정하겠다는 목표 아래 일부 인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는 환경단체로부터 '대기업 특혜 요금' '주택용 누진제를 통해 손실을 보조하는 요금' 등의 지적을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부하 요금 조정을 위해 실제 손실을 유발하는지와 주택용 요금제의 교차 보조 여부가 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인다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했다. 발전사업자들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 비율도 2030년까지 28%로 확대했다. 입지 확보 문제 등으로 실현 가능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지만 계획입지 제도 도입, 설비 이격 거리 규제 개선 등을 통해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다. 다른 발전 설비와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협조하냐에 따라 성과 달성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국정 과제에선 시장 논리로 접근한 대안은 없었다. 탈원전을 위해 원전 건설을 취소하고, 신재생을 늘리기 위해 목표치를 상향시키는 것은 기초 대안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발전원별 분리 경쟁 시장, 양방향 발전 입찰, 판매 시장 개방 등 시장에 신호를 주면서 완만하게 친환경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에너지 세율 조정이 포함됐지만 상향 평준화가 예상되는 만큼 과세 부담 논란이 우려된다.

목표 달성과 관련해선 정도와 속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원자력 관계자는 “원전은 건설을 결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취소하는 것도 그만큼 어렵다”며 원전 감축의 대상 선정과 속도에 신중함을 강조했다.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경부하 요금제 수정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국가 주력 산업이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실현 여부는 둘째치고 이들이 생산한 전기를 국가 전력 수급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력 시장 참여 방안 등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장기 사안이 많은 만큼 이번 정권 내에 결론을 내기보다는 장기 지속이 될 수 있는 행정 조치를 마련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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