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준중형 세단 이용자, 소형 SUV로 갈아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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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차를 구매하는 20·30세대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던 현대차 엑센트와 아반떼, 기아차 프라이드 등 소형차 수요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소형 SUV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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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대표적인 소형차 엑센트.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지엠 아베오를 포함한 국산 소형차 누적 판매량은 1만867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1% 감소했다. 불과 1년 만에 시장 규모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같은 기간 소형 SUV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쌍용차 티볼리와 르노삼성차 QM3, 한국GM 트랙스를 포함한 올해 1~6월 소형 SUV 누적 판매량은 4만3599대로 전년보다 10.6% 증가했다.

소형 승용차 구매자들의 수요가 SUV에 집중되면서 업체들도 제품 전략과 생산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 1공장에서 생산하던 미국 수출용 엑센트 물량을 올 여름부터 기아차 멕시코 공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미국 수출용 소형차를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멕시코 공장에서는 올해 2월 캐나다 국제 오토쇼에서 처음 발표된 북미 전략형 소형차 신형 엑센트(HC)가 생산될 예정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던 엑센트는 자연스레 단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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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미국 수출용 엑센트를 멕시코 공장으로 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6월 말 출시된 소형 SUV 코나에 생산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코나는 급성장 중인 엑센트가 생산하던 울산 1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판매할 차량이 없어 소형 SUV 시장 성장세를 지켜봐야만 했던 현대·기아차는 뒤늦게 경쟁에 합류했다. 현대차는 이달 초부터 코나의 본격 출고에 들어갔고, 기아차는 이달 13일 스토닉을 출시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업계는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 등장으로 소형 SUV 강자였던 쌍용차 티볼리 판매량 하락을 예상했다. 하지만 새 경쟁자가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6, 7월 티볼리 판매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 판매는 6월 4800대로 전달보다 100대가량 늘었다”라며 “7월 들어서도 일 평균 250대 판매로 연평균보다 10% 정도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소형 SUV간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소형·준중형차 소비자가 빠르게 소형 SUV로 이전하고 있다는 뜻이다.

쌍용차는 올 하반기 중 티볼리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놓고, 르노삼성차도 QM3 부분변경 모델을 통해 소형 SUV 시장 경쟁에 대응할 방침이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