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버터 기술을 산업용 냉각 장비 '칠러'에 적용, 140억달러 규모 세계 칠러 시장을 공략한다. 가정용부터 상업용, 산업용을 아우르는 종합 공조시스템을 확보해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정조준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평택에 칠러 공장을 이전했다. 칠러는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드는 냉각 설비다. 대형 건물에 활용한다. LG전자 평택 공장은 14만8000㎡ 부지로 기존 전주에 있던 공장에 비해 2.5배 커졌다. LG전자 칠러 사업 강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27일 방문한 평택 칠러 공장에는 생산동과 연구시험동이 자리했다. 연구시험동은 칠러에 적용할 핵심 신기술과 시제품을 테스트한다. LG전자는 올해 세계 최초로 '에어베어링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를 개발했다. 모터가 회전할 때 마찰을 줄이고 부드럽게 작동하기 위해 윤활유가 필요한데, 자기 부상 원리를 이용해 마찰을 최소화했다. 제품 유지 보수도 쉽고 관리가 수월하다.
정진희 LG전자 칠러선행연구팀장 수석연구위원(부사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칠러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인버터 터보 기술을 적용했다”면서 “에어베어링과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을 칠러 제품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활유 대신 냉매가스가 윤활 작용하는 에어베어링과 자기 부상인 마그네틱 베어링 방식을 모두 개발한 것은 업계 최초다.
생산동에 들어서면 칠러 성능시험 작업이 눈에 띈다. 제품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은 LG전자가 평택 공장을 지으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다. 칠러 제품 특성 상 냉매나 물이 누수되면 안 된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칠러는 생산과정에서 생긴 작은 오차로 실제 성능 차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LG전자는 수압을 통해 배관 등 칠러의 누설 여부를 파악한다. 진공 누설 검사도 실시한다. 칠러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 누설 부위가 발생하면 공기가 들어오게 된다. 미량의 공기라도 내부에 들어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체크한다. 헬륨 가스를 이용한 누설 감지도 가능하다. 연간 가동 시 3㏄ 가스도 새어 나오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
칠러는 100% 주문 제작 방식이다. 수요처가 원하는 제품 성능에 따라 용접 위치가 달라 공정자동화가 쉽지 않다. LG전자는 제조 공정 핵심인 용접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칠러 용접 로봇을 도입했다. LG전자 생산기술원과 협력해 개발한 로봇으로 용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과 열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작업자 피로를 줄일 수 있다.
LG전자는 평택 칠러 공장 오차율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글로벌 칠러 시장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 LG전자 칠러를 글로벌 1등 브랜드로 키운다는 포부다.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칠러 수요가 크면서 생산과 판매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해외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한다.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UAE와 동남아시아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미 베트남 화력발전소에 이어 두바이 수크와산빌리지 지역 냉방 프로젝트에도 칠러를 공급하는 등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박영수 LG전자 칠러BD담당 상무는 “수십년간 출적한 공조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기술 개발에 지속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택=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