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용자엔 종합선물세트··· 이통사엔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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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통신비 인하 대책에 기본료 폐지는 담기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기본료 폐지 이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종합 대책'을 만들었다.

소비자 혜택은 커지게 됐지만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는 이중·삼중의 부담을 감수하게 됐다.

이통사와 논의 없이 내놓은 대책이어서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 투자에 대한 동력 상실을 논하기에 앞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과 공공 와이파이를 비롯한 주요 정책이 당초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비난도 비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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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13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기본료 폐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선택약정 도입 취지 벗어나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통신비 인하 대책은 취약 계층 혜택을 늘리며, 추가로 모든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다 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초연금 수급자에게 월 1만1000원, 저소득층에 추가로 1만1000원을 감면하는 것은 사실상 2세대(2G)·3G 기본료를 폐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대상자는 약 329만명으로, 연 5173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기본료 일괄 폐지보다 취약 계층 중심의 감면 혜택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반영했다.

2G와 3G 기본료 일괄 폐지 시 대상자가 약 600만명, 이통사 수익 감소 규모는 7000억~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기본료 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다. 문제는 다른 정책으로 인해 몇 배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는 것이다.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25% 인상은 온전히 통신사 부담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선택약정 가입자 비중이 50%로 늘어나면 이통 3사의 매출(이익)은 1조7000억원 감소한다. 이통사는 리베이트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종량 요금제 금액을 올리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이통사별 통신비 구성 요소를 파악하고 사전 협의를 충분히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통사는 정책 발표 직전까지 아무런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선택약정이 당초의 도입 취지를 벗어났다는 비판도 있다. 선택약정은 지원금 혜택에서 소외된 자급제폰, 중고폰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2년 약정이 끝나도 단말을 바꾸지 않고 오래 사용하는 이용자를 지원, 단말 사용 기간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정부의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전용, 의미가 퇴색했다.

이통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서 밝힌 '지원금에 상응하는' 문구와도 맞지 않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실상 지원금에 상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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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보편요금제, 법제도 문제없나

국정기획위와 미래부는 법률 개정을 통해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정부가 인위로 통신비를 인하할 수 없으니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이를 강제화하겠다는 의도다.

보편요금제는 2만원 요금에 데이터 1GB와 음성 200분을 제공한다. 요금체계 전반도 개선, 현재 요금제에서 데이터가 두 배 가까이 늘게 됐다. 이용자는 25% 선택약정과 더불어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통신사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통사 관계자는 “사업 주체인 이통사가 만들어서 서비스하는 요금제를 외부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국가가 민간 기업의 요금 정책을 강제화한다는 게 법률상 문제가 없는지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 의견을 수렴해서 보편 요금제 요금이나 데이터 제공 용량을 조정한다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공공 와이파이 정책은 도입 대상을 버스와 학교로 한정시킨 게 문제다. 당초 미래부가 계획한 공공와이파이 2.0은 서민과 소외계층 중심이던 공공와이파이를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편의시설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공공기관, 금융시설, 복지시설, 체육시설 등 공공 와이파이가 필요한 장소가 많다.

그러나 국정기획위는 관광지와 상업 시설은 기존 통신사의 와이파이 개방으로 갈음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버스에 2500억~3000억원(5년 운영비 포함), 학교에 2000억~3000억원을 각각 투자해서 20만 접속지점(AP)를 설치할 계획이다.

공공 와이파이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가는 “정말 필요한 공공장소에는 공공 와이파이 설치를 하지 않고 버스와 학교에만 수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결과”라며 “통신사 와이파이 개방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협력을 비롯해 공공와이파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 논의 통해 근본 대책 마련해야

국정기획위는 단통법을 개정,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 공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지원금 상한제는 3년 일몰로 올해 10월 폐지가 예정돼 있다. 형식에 그친 발표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분리공시 제도는 삼성전자의 협조 없이 불가능하다. 분리공시를 도입한다고 단말 가격이 내려갈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객관 검증 없이 제조사 영업 기밀만 누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시장과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게 이통사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수조원이 오가는 정책을 며칠 만에 '급조'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통사는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통신비 인하의 인위 조치를 중단하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통신비 인하 인위 정책은 이용자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은 데 반해 통신사 손실은 막대했다. 더 이상 이 같은 논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국정기획위가 내놓은 대책 가운데 사회 논의 기구를 구성, 통신요금 구조 문제와 경쟁 활성화 등을 논의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완전자급제, 제4 이동통신을 비롯해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사전 협의 없는 일방 대책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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