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00>“준비 없이 퇴사하지 마세요” 장수한 퇴사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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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한 퇴사학교장은 “직장인의 퇴사를 권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학교”라며“ 장기적으로 평생 직업을 갖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꿈을 찾는 어른의 학교. 바로 퇴사학교다. 한국에 하나뿐인 스타트업이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을 16일 오후 4시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났다. 1층 약속 장소에 나타난 장 교장은 생각보다 앳된 모습이었다. 얼핏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처럼 보였다.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전략기획과 해외영업, 사내벤처에서 일하다 입사 4년 3개월 만에 퇴사했다. 1년 동안 백수 생활을 하면서 방황도 하고 고민도 했다. 그때 준비 없는 퇴사가 얼마나 힘든가를 깨달았다. 자신을 재점검했다. 회사 생활을 고찰한 에세이를 온라인에 연재했다. 다행히 직장인들 반응이 대단했다. 이를 계기로 직장인들의 현실을 함께 고민해서 대안을 찾아보자며 2016년 5월 퇴사학교를 설립했다. 처음 3명이 공동 창업했다. 1년 만에 교장 포함 직원이 6명으로 늘었다. 업무량이 갑절로 늘어난 탓이다.

장 교장은 “퇴사학교는 직장인의 퇴사를 권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학교”라면서 “장기로는 평생 직업을 갖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삼성전자는 왜 그만뒀는가.

▲삼성전자에서 4년 3개월 근무했다. 직장 생활이 좋은 점도 있지만 천직(天職)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 입사 5년차에 퇴직했다.

-가족이 걱정하지 않았는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자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다. 하지만 반대하지 않고 제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셨다. 처가 어른들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니 잘하라”고 격려해 주셨다. 큰 힘이 됐다.

-명확한 계획이 있었는가.

▲아니다. 일단 퇴사하고, 그다음에 장래 계획을 세운다는 생각이었다.

-퇴사 후 느낀 점은.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걸 절감했다. 그동안 배운 것은 주입식이었다. 수능과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가 전부였다. 회사 밖 세상은 회사 생활과 전혀 다르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은 퇴사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때 깨달았다. 대책 없이 퇴사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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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싶었는가.

▲창업을 하고 싶었다. 이것저것 알아봤지만 잘 안됐다. 나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가 퇴사학교 설립인가.

▲그렇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고 글을 썼다. 회사 생활을 고찰한 에세이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연재했다. '퇴사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는데 직장인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이를 계기로 퇴사학교를 설립했다. 덴마크에 있는 시민학교를 많이 참고했다. 이 학교는 입교가 자유롭다. 직장인도 입교할 수 있다. 학교 명칭을 놓고 내부 논의를 했다. 처음에는 더 좋은 학교(better school)로 할까 했으나 결국 퇴사학교로 정했다. 나를 포함해 3명이 공동 창업을 했다. 그게 2016년 5월이다. 현재 6명으로 인력이 늘었다. 이 학교는 스타트업이다.

-그동안 교육 이수자는 몇 명인가.

▲현재까지 이수자는 5000여명이다. 20~30대가 가장 많다. 회사에서 사원이나 대리, 과장급이다. 부장급도 간혹 있다.

-교육 내용과 기간은.

▲두 가지 과정이 있다. 하나는 2개월 단위로 하는 교육이다. 우리는 이걸 학기제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원 데이(one day)라고 하는 1일 2시간 교육이다. 과목은 20개다. 1일 교육을 받고 학기제로 등록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강사진은.

▲강사진은 성공한 외부 선배 퇴직자들이다. 1인 창업전문가, 자영업, 작가도 있다. 50개 비즈니스를 하는 최시준씨와 교육과 컨설팅을 하는 배근정씨 등 50여명이 강의를 한다. 장소는 서울시청 앞과 강남 등지다. 자체 교육장이 없어서 빌려 사용하고 있다. 교육은 평일에도 하지만 직장인이 대상이어서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한다. 나도 강의를 한다. 퇴사학개론이란 과목이다. 초창기에는 매주 한 번 강의를 했다.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코칭, 실습,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학기제의 경우 매주 숙제를 낸다. 창업 아이디어, 고객 만나기, 20명 인터뷰하기, 글쓰기, 10만원 벌기 등 다양하다. 10만원 벌기는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오라는 숙제다. 사람마다 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체감하기 때문에 회사 일에 더 열성을 보인다고 한다. 교육 마지막 날은 각자의 성과와 소감을 발표한다. 그게 끝나면 뒤풀이를 한다.

-학칙이 특이하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그런 건 없다. 내부 회의를 통해 학칙을 만들었다. △회사에 절대 소문 내지 않기 △사무실에서는 절대 접속하지 않기△졸업 전까지 부장님께 절대 들키지 않기 △입학은 조용히, 졸업은 화려하게 하기 △위의 규칙을 재학 중에 반드시 준수하기 등 5개 항목이다. 학칙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제약이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직원이 퇴사학교에 다닌다는 걸 상사인 부장이 알면 좋아하겠는가.(웃음)

-퇴사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퇴사를 안 하는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철저히 준비해서 퇴사를 해야 한다. 대책 없이 직장을 다니기 싫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면 고생만 한다. 어떤 경우건 무모한 퇴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

-회사에서 배울 게 많지 않은가.

▲당연하다. 직장에서 많은 걸 배운다. 나도 삼성전자에서 많이 배웠다. 지금 조직 관리나 인력 네트워크 활용 등은 모두 삼성에서 배운 것이다. 그걸 지금 활용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만둘 생각만 하면 안 된다. 배울 건 열심히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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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퇴사 전에 뭘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 창업은 둘 가운데 하나가 있어야 한다. 돈과 시간이다. 돈이 있으면 시간을 살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시간으로 대신해야 한다. 창업은 훈련이다. 1년 동안 노력해서 실패해도 경험을 얻으면 성공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회사에 다니면서 퇴사 후 계획을 준비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걸 병행제라고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이 할 일을 준비한다는 의미다. 요즘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라면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새롭게 할 일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보다 먼저 퇴직해서 창업한 사람들을 만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좋다. 창업 이전에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실력을 쌓아야 발전이 있다.

-퇴사학교의 최종 목표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내가 진짜 잘하는 게 뭔가를 고민하는 직장인을 위한 학교가 되는 것이다. 퇴사는 삶의 한 과정이다. 직장인에게 장기로 평생 직업을 갖게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게 최종 목표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과 바깥이란 세상은 천양지차다. 회사 밖은 전혀 다른 세상이다. 회사 부장은 직장에서 나보다 선배고, 직장 경험이 많다. 하지만 바깥일은 내가 선배다. 나는 사회생활 3년차다. 사회에서는 퇴사 연차가 중요하다.

-정부가 창업을 권하고 있다.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창업 교육을 많이 하고 있지만 주로 이론 교육이다. 사업계획서 작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론도 중요하지만 경험이 더 중요하다. 창업은 이론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이론을 줄이고 대신 실전과 경험 위주로 교육 내용을 전환해야 한다. 다음은 창업을 장려하는 공모전 같은 게 많다. 공모전에 입상하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 사업비는 창업 후 2~3년차에 필요하다. 창업 후 2~3년이 지나 추가 투자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데스밸리'에 있는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는 이런 기업에 대한 지원이 적다. 마지막으로 창업 심사위원 가운데 창업을 해 본 경험자가 드물다. 창업 심사와 평가는 경험자가 해야 더 정확한 심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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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없는 삶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각자 노력하기에 달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직업 세계도 변한다. 이에 따라서 세상 변화에 맞는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스타트업의 경우 마케팅 전문가가 태부족이다. 관리직의 경우 퇴사하면 일할 곳이 별로 없다. 그건 전문 지식이 필요 없다. 직장인들은 퇴사할 생각을 할 게 아니라 퇴사 이전에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을 갖춘다면 퇴사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자기만의 차별화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좌우명과 저서는.

▲좌우명이라면 '시간을 잘 활용하자'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저서로는 '퇴사의 추억'과 '퇴사학교'가 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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