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에어컨 판매량이 TV를 처음 역전할 전망이다. 이른 더위가 오면서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에어컨은 폭염에 따른 수요 지속으로 올해 역대 최고인 약 25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TV 시장은 매년 꾸준한 흐름으로 약 200만~230만대를 유지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250만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TV 판매량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해 국내 TV 판매량은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TV 시장은 200만대에서 230만대 사이를 유지했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에어컨 판매가 급증하며 처음으로 TV보다 판매 대수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2013년 200만대를 기록한 후 2014년과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 여파 등으로 150만대 수준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극심한 폭염으로 역대 최고인 220만대까지 판매량이 치솟았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빨리 더위가 찾아오고, 현재도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에어컨 수요가 치솟았다.
실제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16~18일 사흘간 전자랜드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주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0%나 증가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상황인데, 폭염주의보로 또 42% 판매 증가한 점이 놀랍다”면서 “날씨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면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 때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사도 지난해보다 에어컨 생산 풀가동 시점을 2주~1달 가량 앞당기는 등 에어컨 생산에 박차를 가하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현재 에어컨을 주문하면 설치까지 2주~1달 가량 걸린다.
에어컨 판매 방식도 변화를 보인다. 에어컨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조사들이 이익률이 낮은 홈쇼핑 판매를 줄이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홈쇼핑 방송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제조사 에어컨 판매방송이 사라졌고, 최근에는 삼성전자 에어컨 판매 방송도 크게 줄었다.
한 에어컨 제조사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가 워낙 잘되고 있어 수수료율이 높은 홈쇼핑 판매를 중단했다”면서 “중소 업체들이 먼저 중단했고, 대기업들도 판매를 줄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에어컨 판매량 추이(단위:만대), 자료:업계 추산>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