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원칙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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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고 생각하면 눈치 보지 말고 일하라. 그리고 용기 있게 소통하라.”

얼마 전 공직을 떠나면서 정만기 전 산업부 차관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정 전 차관은 10여분간의 이임사 중 잠깐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눈치 보지 말고 용기 있게 일하라는 당부는 작심한 듯 여러 번 강조했다. 32년에 달하는 공직 생활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소회이리라. 또 차관으로 근무한 마지막 1년간 공무원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고초를 겪은 후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눈치 보지 말라는 것은 정권에 따라 원칙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시선에 대한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올바른 원칙을 세우고 국민을 위해 일한다면 언젠가는 알아준다는 것이다.

용기 있게 소통하라는 당부도 눈에 띈다. 후배들이 예전 선배들과는 다르게 업무에 적극적이지 않고 업무를 맡지 않으려는 행태가 만연한 것 같다는 진단에 따른 주문이다. 모난 돌처럼 나섰다가 정 맞기 싫다는 업무태도로는 공직 사회가 발전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무원들이 자기 판단보다 집권자 의지에 코드를 맞추는 일은 반복돼 왔다. 이 과정에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정권이 바뀌기 전 추경은 필요 없다던 기획재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것을 두고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영혼이 없다며 딴지를 건다.

지금 공무원에게 필요한 것은 원칙과 용기다.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인 공무원이 소신을 펼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원칙과 용기는 아랫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부처를 이끄는 장차관도 원칙을 세우고 용기 있게 대통령, 그리고 국민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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