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은 위험합니까?'라고 물어보면 어떤 이는 “위험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안전하다”고 답한다. 방사선은 뱀의 독과 같이 잘 쓰면 약이 되고, 잘 못쓰면 독이 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X-선 흉부촬영을 비롯해 방사선이 쓰이는 곳이 많다. 공업 분야에서는 타이어 및 전선의 수명연장, 농업분야 종자개량 등에 활용된다. 방사선 분자변환기술을 이용한 신약개발, 방사선 나노물질 제조, 환경 독성물질 제거, 백신제조, 수출입 농산물 검역, 문화재 검역, 보안검색기, 반도체 등 활용분야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 초 스위스 알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제4차 산업혁명' 화두를 던졌다. 4차 산업을 명쾌하게 정의하거나 설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는 4차 산업 논쟁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4차 산업혁명 진흥 정책을 경쟁하듯 쏟아 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하고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바로 4차 산업의 근간이 되는 빅데이터 존재 유무다.
슈밥 교수는 자신이 추천한 10개의 핵심 과학기술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차 산업의 근간인 IT 기반이 잘 축적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태학적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다.
희망적인 것은 대한민국이 지난 10년 동안 여러 부처가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 구축사업을 수행해 왔다는 점이다. 다양한 분야의 빅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해 초연결성을 부여하는가에 대한 부분도 남겨진 숙제다.
분명한 것은 사회구조의 세분화와 고도화에 따른 소비자의 취향이 갈수록 다변화할 수밖에 없고, 이런 일련의 변화는 4차 산업의 특징인 세분화, 특수화, 정밀화, 목적지향형의 생산물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1세대 방사선 기술은 1960년대 농업 및 의료 분야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방사선 조사기술이었다. 2000년 초부터는 2세대 방사선융합기술이 나왔다. 방사선 조사기술에 화학, 생물학, 나노, 환경, 정보학 등의 다양한 학문분야들을 접목시킨 융합기술이다. 그 다음은 방사선 빅데이터를 근간으로 4차 산업을 접목시키는 특수목적형 방사선융합기술인 3세대 방사선기술이라 말할 수 있다.
기존 방사선 돌연변이육종기술은 무작위로 선발하는 방법으로 많은 시간과 노동력 및 비용이 소요된다. 방사선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다수확 품종, 특정 색을 갖는 꽃, 간척지에 잘 자라는 벼 등과 특수 목적에 맞는 특정 세기의 방사선을 예측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방사선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방사선 반응을 예측하고자 하는 '국가방사선반응지도 모델링 플랫폼 구축 사업'은 2016년 말에 시작됐다. 타 연구 분야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세계에 산재되어 있는 수많은 방사선 관련 반응들을 하나로 집적시키고 통합해 방사선 빅데이터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다. 미래에 대한 방사선기술의 새로운 도전이며 앞으로 전개될 4차 산업과의 접목을 더욱 공고히 할 매력 있는 수단으로 기대된다.
상상하는 모든 일들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4차 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우리 생활, 산업, 사회 전반에 스며들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향후 개발될 방사선 빅데이터 기반기술이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4차 산업의 위대한 여정'에 가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병엽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 bychung@kae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