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사이 집밖 애완동물들이 집안 반려동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은 ICT 발전이 본격화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소위 '동물의 전성시대'로까지 볼 수 있는 2017년 현재 반려동물의 세계와 향후 전망을 알아본다.
◇'가축에서 애완, 또다시 반려로', 반려동물 열풍 속 대한민국
현대인이 가족으로까지 여기는 반려동물의 시작은 가축이다. 야생동물을 집에 가둬 사육하면서 생겨난 가축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에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한 하나의 식량에 지나지 않았다.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도 현재까지 육류생산용으로 취급되는 소·돼지·닭 등과 같이 일부 가축 또는 약용 정도로만 여겨져 왔다. 이런 견해는 1980년대 이후 급격해진 도시화와 서구식 생활습관의 확산으로 점차 바뀌기 시작한다. 소형 동물들은 물론 전원주택에서나 기를 수 있던 중형 이상의 견종이나 고양이들이 일부 세대들을 중심으로 아파트 등의 다세대 주택 안까지 들어와 '애완동물'로 길러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동물을 대하는 관점이 사육이 아닌 양육의 개념으로 바뀌었지만, 집밖에서 길러왔던 동물을 안고 다니며 애정을 쏟는 것은 여전히 부정적으로 비춰졌다. 일례로 현재는 산책로나 길거리, 심지어는 대중교통 수단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애완동물은 고사하고 장애우를 위한 맹인안내견까지도 공공장소에 함께 있는 것을 기피하거나 백안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이사나 동물주인의 변심 등으로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흔히 이사를 가거나 애정이 식은 주인에게 버려진 동물들은 길거리를 떠돌다 다치거나 야생화되면서 '유기견 보호센터' 또는 '유기동물 보호소' 등에 위탁되거나 안락사를 당하는 일이 많았다. 물론 현재도 이런 사례가 없지 않지만, 과거에는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이런 행태들은 최근 들어서 확연하게 바뀌었다. 가축 또는 애완동물 정도로 여겨지던 동물들이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으로 진화하며 인간의 애정만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공생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흔히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이 동등한 단어로 인식되지만, 단어의미로 살펴보면 전혀 다른 개념으로 동물들의 지위가 더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애완동물'이라는 말에서 완(玩)은 유아나 아동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완구 玩具)과 같은 한자를 쓴다. 이른바 '사랑해줄 수 있는 귀여운 동물' 정도지만, 싫증난 장난감을 버리듯 애정이 식으면 버려질 수도 있는 지위를 갖고 있음을 내포한 말이다. 반면 '반려동물'은 '인간과 짝이 되는 동물'이라는 의미로 1983년 오스트리아 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인간-애완동물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자는 뜻으로 제안된 말로, 흔히 아내나 남편을 지칭할 때 '반려자'라고 하듯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와 같은 동반자적 지위에 있음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몇년 전까지도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중심이었지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의식이 크게 전환되면서 '펫팸족'이라 불리는 반려동물 인구증가와 관련 정책·산업발전까지 유도하고 있다.

지난 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발표에서 2015년 기준 국내 총 반려동물 가구비율이 21.8%(457만가구, 1000만명)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인 1스마트폰'에 버금가는 '1가구 1반려동물'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현재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반려동물 육성정책'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O2O까지 다양한 규모의 기업들이 진출해 음식·우리·집 등 단순한 동물용품뿐만 아니라 미용·교육·병원·호텔 등 동물전용 복지서비스는 물론 인간과 함께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나 숙박, 심지어는 동물관련 보험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에 시장규모도 2015년 기준 1조8000억원(2012년 대비 2배↑)을 기록하는 등 연간 2배씩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며, 오는 2020년에는 6조원에 달하는 거대 산업군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동반 숙박정보를 제공 중인 여기어때(위드이노베이션)의 문지형 CCO는 “과거 가축·애완동물로만 여겨졌던 동물들이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친구이자,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생물주체로 인식되면서 관련 인구와 산업분야는 급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관련시장과 반려동물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급증, 알고 보면 '외로움의 다른 말'
사회일각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급증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소득 및 사회수준 개선과 산업발전의 반비례적 현상이다. 우선 소득과 사회수준 개선은 의식주 해결에 급했던 일반 대중의 다양한 의식을 개선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였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과거 가축이었던 개념이 애완동물로 변하며 문화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중반 이후 소득수준이 좀 더 향상되고 ICT 기반의 사회발전이 이뤄짐에 따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반려동물의 수준까지 도달했다. 다큐멘터리 일색이었던 지상파 동물관련 TV프로그램이 버라이어티 예능 등으로 다변화하고, 펫 관련 케이블 채널과 소셜영역에서 연예인을 주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의 활동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을 익숙하게 만들었다는 점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의 급증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발전의 반비례 현상 부분은 인간의 개인화·고립화 심화와 맞물려 있다. 기존 농업사회에서 도시화·산업화에 이어 ICT 기반의 첨단화를 맞이하는 현 사회에서 인간은 과거보다 높은 소득과 생활수준을 영위하지만, 오프라인 접점의 감소와 독신가구의 급증, 저출산 문제 등의 최근 이슈와 개인주의 현상 심화라는 근본적인 결과를 맞이한다.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반려동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소득수준의 향상이 발생했던 흐름과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했던 이유 중 하나가 ICT와 소셜영역 등 온라인 영역 확대라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의 확대는 동물을 하나의 생물주체로서 인식하게 됐다는 것에서는 긍정적이나 개인주의와 산업화 사회의 반비례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반려동물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과 함께 오프라인 영역에서 인간의 고립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의식개선도 동반돼야 한다는 반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