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세계에서 동물과 식물은 오랜 기간 동안 주술이나 기원, 상징의 의미로 표현돼 왔다. 동물을 키우며 귀여워하는 '애완'의 시대에서 사람과 감정을 나누며 공존하는 사이인 '반려'의 시대에 이르면서 '보살핌'이 아닌 '교감'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데, 이제는 미술 작품에서도 동식물과의 관계를 '반려'로 해석하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식물과의 교감은 동등한 배려와 포용심이라는 면에서 살펴볼 수도 있지만,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커피 마시고, 혼자 영화 보는 혼밥, 혼술, 혼커, 혼영의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과도 연결해 생각할 수 있다. 이제는 여행조차도 함께하는 가치보다 혼자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을 같이 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동식물들과 말이 아닌 다른 오감의 느낌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동식물과의 '반려'가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는 한국현대미술 시리즈Ⅱ '화화-반려·교감(畵畵-伴侶.交感)'가 전시 중이다. '반려'와 '교감'이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돼 우리의 정서 속에 스며들고 있는지 몇몇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 밝음과 서글픔을 동시에 표현한 공성훈 작가

'개, 캔버스에 아크릴, 120×120㎝, 2008'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노란색의 색감이 형성하는데 달빛의 노란색처럼 보이기도 하고 조명의 노란색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면 2/3 부분은 노란색으로 밝고 그 윗부분은 어두운 것처럼 보이지만, 손으로 다른 부분을 가리고 보면 오히려 밝은 부분은 쓸쓸하게 보이고 어두운 부분은 평화롭고 생동감 있게 보인다.
이는 작품 속 개가 가진 상황을 이중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하는데, 공성훈 작가의 내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와 함께 사는 반려동물은 어떤 시선으로 바로 보느냐에 따라 우리 눈에 상반돼 보일 수 있는데, 작품도 그런 정서를 담고 있다.
◇ 극사실주의와 판타지적 결합 속 애절한 동물의 눈빛을 표현한 정우재 작가

'Bright Place-Walking on time, 캔버스에 유채, 97.0×193.9㎝, 2016'에서 근경에 있는 두 마리의 개는 극사실주의 표현처럼 털의 생동감, 눈빛의 애절함을 담고 있는데, 원경에 있는 배경은 햇빛을 받아 눈부신 것 같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두 마리의 개는 서로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진하게 눈빛으로 소통하고 있는데, 애절한 시선 사이를 지나가는 소녀의 모습은 사람과 동물의 관계가 역전됐거나 혹은 동등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크기의 의도적인 왜곡 또한 '반려'에 대한 역설적인 강조라고 볼 수 있다.
◇ 인간과 동물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조원강 작가

'Relationship 2015, Oil on canvas, 130.3×162.2㎝, 2015'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와 함께 다니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했다. 움직임을 통해 개의 근육과 사람의 근육은 직간접적으로 표현돼 역동성과 생명감을 전달하는데, 개의 표정 또한 살아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작품에서 사람은 전신이 나타나지 않고 특히 얼굴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표정을 알 수는 없기에, 작품 속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두 마리의 개로 여겨진다. 조원강 작가는 사람이 개를 데리고 다니는 면에 초점을 두지 않고, 개의 눈높이에서의 세상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런 내면에는 '반려'와 '교감'의 정신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