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자기파를 이용, 방사능 물질을 원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총장 정무영)은 최은미 물리학과 교수팀이 원거리에서 방사능 물질을 실시간 탐지하는 기법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고출력 전자기파가 방사능물질과 만날 때 플라즈마 방전이 빨리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고출력 전자기파는 대기의 자유전자와 반응,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방사능 물질은 대기 중에 떠도는 자유전자의 밀도를 높여 발생 지연 시간을 줄인다. 플라즈마 생성 시간을 분석하면 방사능 물질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1㎞ 이상 떨어진 원거리에서도 방사능 물질 존재 여부를 가려 낼 수 있다. 기존 방사능 탐지에 쓰이는 고에너지 감마선·알파선 기반의 '가이거 계수기'는 수 미터 안에서만 성능을 발휘한다. 방사능 물질에서 방출된 감마선, 알파선이 계수기에 직접 도달해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고출력 전자기파는 1㎞ 떨어진 위치에도 도달, 원거리 탐지가 가능하다.
탐지 민감도도 기존 기술보다 월등하다. 플라즈마 생성 시간 분석을 고도화하면 훨씬 민감한 탐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실험에서도 기존의 가이거 계수기를 이용할 때보다 민감도가 4800배 향상된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각종 방사능 관련 비상사태에 안전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미 교수는 “이 연구로 원거리에 존재하는 방사능 물질을 실시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면서 “로봇도 접근할 수 없는 고방사성 환경을 탐지하거나 원전 이상 등 사태에도 재빨리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