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스플레이 장비 산업의 경쟁력이 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뒤진 성적표가 처음 나왔다.
중국 장비업계는 올 1분기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 수주액에서 한국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중국은 기술 난이도가 낮은 후 공정 장비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점차 전 공정 시장으로 영역을 넓힐 전망이다.
한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국가지만 후방산업에서는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 중국에는 추월당할 위기에 놓였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조사한 2017년 1, 2, 3월 국가별 중국 패널 기업 장비 수주 결과에 따르면 일본 장비기업이 전체 발주 금액의 51%를 차지했다. 중국 장비기업은 15.76%의 수주액을 올려 14.02%인 한국을 앞질렀다.
지난 1분기 중국에서 BOE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를 비롯해 CEC-판다, 이리코, GVO, HKC 등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LCD, 설비 투자를 잇달아 발주했다. 1분기 동안 19억6136만5000달러(약 2조2210억원) 규모의 사업을 발주했다.
이 가운데 일본은 51.01%에 해당하는 10억62만5350달러(약 1조1331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 전체의 절반을 싹쓸이했다. 매월 가장 많은 규모의 설비 발주를 확보하며 장비 기술 강국의 면모를 보였다.
일본 브이테크놀로지, 고요서모시스템, 도시바엘앤티, 도레이 엔지니어링, 파나소닉 등이 현지 설비투자 사업에 참여했다. 특히 니콘, 도쿄일렉트론, 알박 등은 노광·식각·디스펜서·스퍼터 등 고가 장비 위주로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3위를 차지한 중국은 1월과 3월에 한국보다 수주액을 앞지르면서 1분기 동안 한국을 소폭 앞섰다. 특히 BOE 그룹 장비 계열사 신이화(Sineva)를 비롯해 세븐스타(Sevenstar Semiconductor Technologies) 등 현지 장비 기업들이 BOE, HKC 등이 발주한 일부 장비를 독점 공급하며 급부상했다.
중국 현지 장비 기업은 주요 전 공정 장비보다 기술 난이도가 낮은 후 공정 장비 일부와 건물 관련 시스템 설비 위주로 사업을 수주했다. 베이징 C&W, 베이징징하이, 허페이시스마트장비유한공사, 쿤산징쉰 일렉트로닉테크놀로지, 청두궁투 등 현지 지방정부가 지원한 기업이 대다수다.
이들 기업은 패널 인덱서, 셀 리페어, 셀 마커, 검사기, 현미경, 솔벤트 재생장비를 비롯해 KVM(키보드·비디오·마우스) 스위치 등을 공급했다.
이연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중국협력센터장은 “여전히 일본 장비기업이 건재한 가운데 중국 장비기업이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많은 한국 장비 기업이 주요 전 공정 장비 시장에 진출했지만 중국의 일본 장비 선호도가 높고, 중국 정부와 현지 패널 제조사가 장비 국산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어 한국 기업과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비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기술 난이도가 높지 않은 분야 위주로 장비를 국산화하고 있고, 아직 참여 기업이 많지 않아 당장 국내 기업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한국은 세계 굴지의 기업과 경쟁하면서 후발 주자가 단기간 내 추격할 수 없도록 고부가 가치 중심으로 기술력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도 갖추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표. 1분기 중국 패널 제조사 설비투자 사업 비중 현황 (자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자료 취합)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