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니콘이 제기한 특허소송에 맞소송으로 대응했다.
ASML은 28일 니콘을 상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군에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일본 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ASML이 니콘에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는 10건 이상이다. 이 소송을 독일 자이즈와 공동으로 걸었다. 미국에서도 동일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니콘은 지난 24일 ASML의 액침(이머전) 노광장비가 자사 특허 11건을 무단 침해했다며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과 도쿄 지방법원에 장비 유통과 판매 금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니콘은 독일 자이즈를 상대로도 현지 만하임 지방법원에 같은 소송을 냈다. 자이즈는 ASML에 광학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다.
노광은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새기는 공정이다. 니콘은 2001년 12월 ASML과 자이즈를 상대로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낸 적이 있다. 당시 양사는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다 2004년 포괄적 특허 공유 협약을 맺으며 분쟁을 일단락 지었다. 이 때 일부 특허는 영구 사용 계약을 맺었으나 그 외 특허 사용 계약은 2009년 연말부로 종료됐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유예기간도 2014년 말로 끝났다.
니콘은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 ASML과 칼자이즈에 새로운 계약 합의를 요구했으나 특허료 산정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ASML은 그간 신규 핵심 특허를 새롭게 취득했다. 상대가 특허로 걸면 나도 공격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특허료를 낼 수 없다고 버틴 것으로 전해진다.
ASML 측은 “2004년 니콘의 특허 포트폴리오는 ASML과 자이즈보다 방대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맞소송 제기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면서 “우리도 우리의 특허를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