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산업이 치킨 게임으로 변했다. 수년째 수천억원대 적자를 거듭하면서도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는다. 주요 사업자는 시장 점유율이 미래 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에 한동안 적자를 봐도 투자를 멈출 수 없다. 이른바 '계획된 적자'다.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온라인 쇼핑 사업자는 이베이코리아 정도다. 지난해 연매출 8634억원, 영업이익 670억원, 당기순이익 93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경쟁사들이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미국 아마존은 쇼핑이 아닌 웹 서비스 신사업에서 실적을 개선했습니다. 이베이코리아도 광고를 비롯한 쇼핑 외 사업으로 수익을 늘립니다. 그동안 쇼핑에만 집중한 사업자들은 모두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요 온라인 쇼핑 업체 적자 행진이 너무 '쇼핑'에 집중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투자를 유치해 덩치를 키우는 성장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사업자 간 비즈니스 모델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신속 배송 서비스나 가격 혜택을 선보여도 후발 주자가 금세 따라온다. 1위 사업자를 차지하기 위한 머니 게임이 벌어지는 이유다. 시장 규모가 확대될수록 사업자 손실도 증가하는 기형 구조다.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 손실 636억원을 기록했다.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수년째 적자 기조다. 그러나 전년 대비 매출을 늘리고 영업 손실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장기적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계획된 적자'에서 벗어났다.
쿠팡과 티몬은 이번 주 말에 2016년 실적을 발표한다. 직매입과 배송망 확충에 자금을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영업 손실이 예상된다.
온라인 쇼핑 업계의 '덩치 불리기'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적자를 거듭하는 사업을 언제까지나 유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미여관옥식 경쟁은 업계의 공멸로 이어질 뿐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한 수익 다각화 전력과 차별화된 비전이 절실하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