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검증]①대기업정책…재벌 지배구조 개선·금산분리강화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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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투표일이 딱 29일 남았다. 갑작스럽게 닥친 선거에다 이전처럼 진보 대 보수, 영남 대 호남 같은 선명한 대결 구도가 아니라 유권자로서는 복잡하기만 하다. 그래도 남은 시간 안에 선택해야 한다. 현행 헌법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5월 대선의 투표권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자신문은 독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거버넌스연구회와 공동으로 매주 월·수·금요일에 대선후보 공약과 비전을 분야별로 검증한다. 첫 순서인 '대기업 정책'를 시작으로 △중소기업 △소프트웨어(SW) △통신 △국가 연구개발(R&D) △금융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일자리 △미·중 통상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대기업과 재벌 개혁이 19대 대통령선거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파면 사태가 정경유착의 폐해에서 비롯된 만큼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반기업' 민심 아래 치러진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김종인 대선 후보는 물론 보수진영인 유승민 후보도 정경유착이나 낡은 지배구조 관행은 끊겠다며 규제 위주 정책을 내걸었다. 정책 공약만 놓고 본다면 대기업은 다음 정부에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할 전망이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친기업 성향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경제민주화·재벌적폐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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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적폐 청산'을 기치로 가장 강력한 대기업·재벌 개혁 정책을 내세운다. “재벌개혁 없이 경제민주화도, 경제성장도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문 후보는 개혁 대상을 좁혀 정책 선명성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했다. 10대 재벌, 그 중에서도 삼성, 현대차, SK, LG 4대 그룹이 타깃이다.

재벌 총수가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도록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분식회계, 비자금조성, 세금탈루, 사익편취 등 수많은 기업 범죄 몸통을 총수 일가로 규정했다.

경영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서면투표,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0대 재벌에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고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고 금융사와 제조사 금융을 통합관리하는 감독제도도 도입한다. 3세 승계수단으로 악용되는 지주회사 요건도 강화한다.

재벌 대기업에 주어진 특혜구조나 조세감면제도도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산업용 전기료 현실화 방안을 들었다.

문 후보는 경제민주화 밑그림을 그렸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탈당 이후 경제개혁 개혁 정책을 완성하기 위한 전문가도 새로 영입했다. 영입 인사는 보수·진보 양쪽을 모두 갖춰 균형을 맞췄다.

문 후보 국정자문기구인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와 김상조 한성대 교수에게 각각 맡겼다. 김광두 교수는 '박근혜 가정교사'로 불린 중도·보수 경제학자며 김상조 교수는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내며 '삼성 저격수'로 불릴 만큼 진보 성향이다.

◇벤처 출신 안철수, 대기업 견제 '공정성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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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예비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기업·재벌 정책에서만큼은 문 후보와 선명성 경쟁을 벌일 만큼 강한 규제안을 담았다.

안 후보는 벤처기업가 출신을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자수성가한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정 성장론'을 앞세운다. 4차 산업혁명기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경제 성장 주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대기업 위주 경제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인식이 경제 정책 전반에 깔려 있다.

안 후보는 재벌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고 이사회에서 감사 위원을 분리 선출해 독립성을 강화하도록 할 방침이다.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한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고발할 수 있도록 허용, 감시를 강화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에는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해 재벌 총수일가를 견제하고 과도한 임원 보수를 규제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기업 독과점 시 분할 명령을 활성화한다.

안 후보는 금산분리를 강화할 다양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금융사와 제조사 통합금융 감독 정책은 문재인 후보와 같다. 여기에 더해 그룹계열사 간 자본적 정성평가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안 후보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고 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의 이사자격을 제한한다. 안 후보의 대기업 정책은 씽크탱크그룹인 정책네트워크 소장으로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역시 중앙대 교수 출신 이상돈 의원, 박원암 홍익대 교수 등 중도 학자 정책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이다.

◇홍준표 제외하곤 대기업 규제 강화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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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가진 대기업 정책 윤곽은 이번주 드러날 전망이다.

홍 후보는 그동안 경남도지사직 수행에 따른 제약으로 인해 정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평소 발언, 성향을 고려할 때 유력 대선주자 6인 중 가장 친기업 성향으로 파악된다. 홍 후보는 자유시장 경제 옹호를 기치로 내걸며 과도한 대기업 규제와 금산 분리 정책 등을 반대할 전망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경제학자 출신 답게 보수 진영에 속해있지만 대기업 정책에서만큼은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가장 개혁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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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예비 후보

유 후보는 '경제정의가 살아있는 공정한 시장경제'를 기치로 내걸었다. 갑질 금지, 일감몰아주기 금지, 총수일가 비공식 경영관여를 금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한다.

진보 대표주자인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재벌의 탈법과 불법을 금지할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양도차익에 직접 과세해 재벌 개혁과 투자 촉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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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무소속 후보 역시 경제민주화 씽크탱크였던 점을 고려할 때 강력한 대기업, 재벌 개혁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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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주자 대부분 강력한 대기업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점에서 대기업은 다음 정부에서 시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선주자가 내세운 대기업 정책은 총수 사면처럼 새 대통령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정책도 있지만 새로운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야 협상을 거쳐야 해 정책 실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팀=성현희 기자(팀장) election@etnews.com, 박지성·김명희·최호·오대석·박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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