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산업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대표 분야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가전산업은 사양사업으로 평가됐다.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도 낮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전 기업은 고전했다. 이런 평가를 뒤집는 데는 첨단기술을 적용하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치를 높인 것이 크게 작용했다.
IoT 접목은 가전업계 진행형 화두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모든 제품에 IoT 기능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전자를 비롯해 지멘스, 보쉬, 소니 등 글로벌 기업도 IoT 기능 적용에 적극적이다.
연결 수준도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IoT 가전이 등장한 2~3년 전만 해도 단순히 통신 네트워크와 연결된 가전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등과 연동해 제품 원격관리와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IoT 기술 적용으로 가격은 높아졌는데 소비자로서는 구매할 요인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IoT 가전은 급격한 진화로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선보인 2017년형 셰프컬렉션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음성만으로 인터넷 검색과 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실행한다. 또 식재료 보관기간을 알려주고, 부족한 제품은 터치 한 번으로 주문할 수 있다. 재료와 상황 및 종류별로 구분된 800여개 레시피를 음성 검색으로 제공하고, 요리 재료 주문과 결제도 한 번에 한다.
LG전자는 IoT를 넘어 인공지능(AI)까지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휘센 듀얼 에어컨은 사람 습관과 제품 사용 환경 등을 스스로 학습하고, 사람이 주로 머무르는 공간을 찾아 자동으로 쾌적한 바람을 보내준다.
글로벌 기업도 변화에 적극적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가전사업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하고, IoT와 소프트웨어(SW) 전문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지멘스와 보쉬는 IoT를 미래 제품 혁신의 동력으로 삼아 신산업 창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가전 기업이 변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IoT, AI 등을 접목해 가전제품 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다. 일반 가전 시장은 중국 등 신흥국 업체가 가세하며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첨단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된 가치를 더한 제품은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아 가격이 높고, 수익성 역시 좋다.
IoT, AI 등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진화가 가전산업 돌파구임은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현재 대기업에 집중된 변화 움직임이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인력을 양성하고, IoT 기술 지원과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부 지원도 요구된다. 폐쇄적인 환경을 넘어 가전 산업 전반으로 연동을 확대해 생태계를 키우는 업계 노력도 필요하다.
임호기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융합산업본부장은 “IoT를 적용한 스마트 가전화를 더욱 촉진하려면 IoT 제품 간 상호 연결을 통한 호환성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 다른 제조사 제품도 연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IoT 기기 전망(단위:억대), 자료:가트너>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