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보복으로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4일 지난달 중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52.2% 감소한 7만2032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5만6026대를 판매해 44.3% 감소했다. 기아차는 68% 감소한 1만600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 중국 월간 판매실적이 10만대 이하를 기록한 것은 2016년 2월 9만5235대 이후 13개월 만이다. 지난달 새로 출시한 신형 '위에동(국내명 아반떼)'이 8018대 팔리며 그나마 선전했다. 그 외 대부분 차종은 종전 대비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 판매 급감에 대해 중국의 사드 보복을 주요 원인으로 풀이했다. 국내 사드배치로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일부 소비자들은 반한 정서로 한국차 구매를 꺼리고 있으며 일부 경쟁 업체들이 '배타적 애국주의'를 선동하며 악의적인 '사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폭스바겐 딜러들은 한국차를 팔고 자사 차량을 구입할 경우 3000위안~1만6000위안(한화 50만~260만원) 할인해주는 특별 판촉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중국 한 자동차 업체는 한국차를 주문했다가 취소하면 '애국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지난달 24일부터 4일까지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보유한 허베이성 창저우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도 판매 급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는 당시 통상적인 라인 점검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판매 급감으로 생산물량을 조정하기 위해서 라인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하순부터는 24시간 가동하던 베이징 공장 야간 조업을 중단하는 등 감산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에게 가장 판매비중이 높은 나라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글로벌 판매량 23.5%, 21.5%에 해당하는 114만2016대, 65만6대를 각각 판매했다. 앞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롯데는 물론이고 현대차도 한국상품 불매 촉구의 표적으로 삼겠다는 심산을 드러낸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판매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중국 시장에서 여러 신차를 투입해 사업목표 달성을 노린다. 특히 올해는 중국에서 5번째 공장인 충칭 공장이 완공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사드보복으로 경영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현대차는 중국 '배터리 보복'으로 인해 당초 4월에 출시할 예정이던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출시를 1년가량 연기한 일도 있었다. 중국 정부가 LG화학을 비롯한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 상황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와 고객 신뢰 구축을 위한 사회공헌활동 강화 등을 통해 극복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