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출발, 거버넌스 혁신]<5>이견 없는 중소기업부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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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은 차기 정부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부를 신설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공약(空約)에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역대 정권도 중소기업 지원이 중요하다고 외쳤지만 관할 조직을 부처로 승격하는 안은 정부 조직 개편 단계에서 번번이 좌절됐다.

중소기업계는 이번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겠지만 어느 때보다 독임제 부처로서 독립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가 더 이상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독임제 부처 여부가 차기 정부 조직 개편에서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무게 중심은 중소기업·벤처·소상공인으로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의 역할과 비중은 매년 증가했다.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2013년 17.1%에서 2015년 18.3%로 증가했다. 일자리 창출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압도한다. 고용 기여도는 2009년 87.7%에서 2014년 87.9%로 늘어났다. 2014년 현재 국내 사업체는 대기업 3123개(0.1%)지만 중소기업은 354만2350개(99.9%)에 이른다. 중소기업 종사자만 1400만명이 넘는다.

벤처기업 비중이나 중요성도 커졌다. 2016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 매출액 총 합계는 215조9000억원이다. 국내 1위인 삼성그룹이 300조원 수준이다. 벤처기업 종사자는 72만8000명으로 전체 산업체 종사자의 4.6%에 해당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할수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를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경제 주체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 조직 차원에서 공정거래 시장 조성 및 규제 완화 문제를 앞장서서 풀어 줘야 한다.

◇대선 후보, '중소기업부' 신설 한목소리

대선 후보들은 장관급 중소기업부로의 승격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부처 형태까지 대선 공약으로 내놨다.

문재인 전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을 발표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 지원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를 승격시키고 창업 지원을 대폭 확대해 창업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내놓았던 중소기업부 공약에 벤처를 추가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창업중소기업부 안을 공개했다. 창업기업부터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일관성 있게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노후 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하는 방안과 창업 경험자의 공공기관 채용, 창업단계별 맞춤형 금융정책 등을 제안했다.

유승민 의원은 창업 중심 중소기업부 승격 안을 공개했다. 중기청을 창업중소기업부로 승격시켜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창업 관련 혁신안전망 구축과 융자 중심이 아닌 투자 중심 창업 인프라를 제안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부 조직개편안까지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는 뜻을 함께하고 있다.

대선 후보 대부분이 장관급 중소기업부 격상이라는 큰 그림에 동의한다. 하지만 아직 중소기업 부처 설립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표심을 고려해 관련 정책을 앞다퉈 내놨지만 중견기업이나 소상공인 정책 등 각론에서는 많이 부족하다.

◇중소기업 숙원사업…고려할 문제 산적

중기청은 산업통상자원부 외청이다. 1996년에 설립돼 중소·중견기업 지원,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담당한다. 중소기업 업무는 산업부, 창업 관련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일부 역할이 중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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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이 각 부처에 산재된 중소기업 정책을 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종합적 정책 수립은 물론 입법 발의권과 부처 간 행정 조정권이 없다는 점 등이 현실적 제약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중소기업 부처를 신설하려면 담아야 할 부분이 많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장관급 중소기업부 승격과 함께 기술신보, KOTRA, 생산기술연구원, 무역보험공사를 중소기업부 산하기관으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중소기업수석비서관과 국회 내 중소기업위원회 신설도 요청했다. 상당 부분이 기존 부처 간 이해 관계와 직결되는 부분인 데다 현실성과 효율성도 따져 봐야 한다.

소상공인·중견기업 정책 부문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 위기 직격탄을 맞은 영세 소상공인 문제나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이끄는 성장 전략 등은 차기 정권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정책 지원을 위해 중기청 '소상공인정책국' 조직을 차관급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상공인 관련 정책 및 지원의 별도 운영 필요성을 제기한다.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은 정책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프랑스도 중소기업 조직이 경제와 산업 관련 전담 조직 일부로 있었으나 2012년 5월 장관급 두 개 조직으로 분리했다. '소상공인·관광부'와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부'다.

중견기업 부문도 고민이다. 2012년 지식경제부(현 산업부)에 있던 중견기업정책국은 중기청으로 이관됐지만 '청' 위상 아래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견기업 기준이 자산 10조원으로 확대되면서 정책 부담이 더 가중됐다. 소상공인부터 사실상 대기업에 준하는 중견기업까지 품어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계는 장관급 부처 격상을 원하지만 산업부와 합쳐지는 것에는 반대한다. 거대 부처가 되면 효율성이 저하되고, 중소기업 지원 기능도 오히려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원칙은 중소기업 수요자 중심 행정 체계로 '원스톱 서비스'와 지원 체계를 가진 장관급 독립 정부 조직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 전담 부서의 장관급 격상은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중소기업 혁신역량 강화, 일자리 창출, 글로벌 진출과 동반 성장을 총괄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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