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ence]21세기 대한민국, ''''그 많던 술잔은 누가 비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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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K팝 유행에 힘입어 한국문화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놀라움과 경악의 시선을 받는 것이 ''''음주문화''''다. 희노애락과 일상을 술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이번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대한민국 음주문화의 형성을 살펴본다.

◇산업화 이후 풍족한 대한민국, 음주소비 확대까지

한국은 ''''고도주 소비율 1위'''' ''''음주운전 사고율 1위'''' ''''알코올 칼로리 섭취량 1위'''' 등 불명예스러운 이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음주에 있어서 상당히 관대하다. 이런 문화가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크게 경제적·사회문화적 원인이 존재한다.

먼저 경제 분야에서는 한국의 주류 소비가 국내외 경제와 생활 수준 향상의 영향으로 증가했다고 본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늦은 근대화와 식민지배, 내전 등 상황에도 단시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급성장 국가다. 국민은 과거에 비해 점점 윤택한 삶을 살게 되면서 다양한 소비 패턴과 규모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크게 성장한 분야가 주류와 담배 등 기호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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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주류소비는 경제적인 이유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에는 경제활성화와 생산방식의 변경으로 주류의 소비규모가 확장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산업화 전 한국에서 술은 일상적이면서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소비품이었다. 대부분의 전통주는 쌀이나 잡곡 등 식량 작물을 기본 원료로 한다. 자연 현상과 원시 농법에 의존해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했던 당시 사회에서는 관혼상제나 노동을 마치고 난 뒤에나 겨우 볼 수 있었다. 그나마도 극심한 가뭄이 있던 시절이면 금주령이 내려져 술을 빚는 것조차 할 수 없었고, 민간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산업구조 전환기에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국내외 경제 호황으로 물자가 풍부해지고 개인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근본적 의식주가 개선됐다. 생존 문제가 해결된 개인들은 여가 생활에 관심을 차츰 돌리기 시작했고, 술은 여가 생활 촉매제로 급격히 소비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식용 에틸알코올을 기본 원료로 하는 희석식 증류주(소주) 등 제조 단가를 줄인 저렴한 주류가 등장하면서 소비자의 수요를 맞춰 나갔다.

근래에는 산업화 이후 풍족해진 물자와 함께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여러 종류의 주류가 등장하며 대중 소비를 이끌었다. 2015년 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보고서''''를 통해 국내 총 주류 출고(2013년 기준)는 345만5000㎘(2009년 대비 7.0%증가)라고 밝혔다. 이를 1인당 소비 주종별로 살펴보면 △맥주 148.7병(2010년 대비 8.9병 증가) △와인 2.2병(2010년 대비 0.4병 증가) △양주 2.7병(변동 없음) △소주 66.4병(2010년 대비 3.9병 감소) 등으로 나타난다. 이를 볼 때 경제 불황 장기화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 요인들로 위스키 등 고도주 소비가 줄고, 해외 맥주 유입으로 국산 소주·맥주 등 비중은 감소하고 있으나 저도주·수입맥주 등을 중심으로 음주 소비 비중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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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이후 등장한 희석식 증류주(소주)는 저렴한 생산단가를 기반으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한국 대표주류로 자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경제계 한 관계자는 “사회문화적인 측면과 함께 주류 생산 기술 발전과 경제 규모 확대 등이 국내 소비 확대를 가져왔다”며 “사회 전체적인 경제 규모나 생활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음주량도 일정 수준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몇 차례 경제적인 위기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국산 비중이 줄어들긴 했지만 주류 총소비는 일정 수준을 지키고 있다”며 “이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 세태에 맞춰 해외맥주 등 여러 종류의 주류가 등장해 수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만년을 살아온 도깨비'''' 한국 음주문화

사회문화계 일각에서는 한국 음주 문화를 경제 발전과 결부시키기보다 대인 관계 및 사회 형성, 관습, 사회 구조 변화가 만들어 낸 결과물로 해석한다. 한국은 ''''정(情)의 민족''''이라 할 만큼 단결력이 뛰어난 나라로 꼽힌다. 오랜 농경 기반 유교 사회에서 급속한 산업화를 겪은 탓에 협동심과 단결, 겸손·과묵 등의 가치가 현재까지도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음주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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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과묵함이 미덕이었던 한국에서는 술자리를 계기로 속마음을 터 놓으며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의례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반적으로 사람은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마련이나 단결력을 기르기 위한 한 방편으로 술자리를 갖는다. 과묵함이 미덕인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경향이 짙다. 큰 실수가 아닌 이상 술자리에서 실수는 용서한다는 불문율이 과묵한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이 업무는 물론 일반 대인관계에도 적용되면서 다수 술자리를 만들어내며 사회 통념상 음주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과음 문화가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제한적인 생산량 때문에 식사나 음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과하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술의 경우에는 섭취량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경향은 관행처럼 굳어져 현재까지도 술자리 미덕처럼 남아 있다.

사회 구조 변화도 또 하나의 이유로 간주된다. 먼저 핵가족화는 절주 미덕을 배울 기회를 놓치게 했다고 지적받는다. 과거 유교 사회에서는 성년식을 마친 사람은 윗사람으로부터 주도(酒道)를 배우며 절제의 예를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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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유교사회에서는 성년이 된 자가 웃어른으로부터 술에 대한 예법을 배우며 절제를 배웠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일반적인 핵가족화 사회에서는 좀처럼 주도를 배우기 어렵다. (사진=전자신문DB)

하지만 핵가족화가 불거진 최근에는 갓 성년을 지난 또래끼리 삼삼오오 모여 마시거나 심지어는 미성년자가 몰래 숨어서 마시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제약 없이 술을 마시게 되면 술버릇이 생기는 것은 물론 과음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산업화가 심화되면서 생기는 개인주의 경향은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모임의 구실로 술자리를 마련하는 경우도 많아 과음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문화계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음주 문화는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내려온 관습 영향이 크고 사회 변화에 따른 부수적 원인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적 관습의 점진적 변화부터 추진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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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에서는 사회적 비용부담과 국민 건강문제로 음주문화에 대한 개선노력을 기울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사회는 주취폭력, 음주운전, 사건사고와 국민건강문제 등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해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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