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거실TV, 글로벌 IT기업 격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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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구글 유튜브는 라이브 및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TV`를 출시한다고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알렸다. 유튜브는 이 서비스가 기존 케이블이나 위성TV 서비스보다 더 편리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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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별 광고시장 점유율 (자료:제니스)

이에 앞서 페이스북도 애플TV, 아마존파이어TV, 삼성 스마트TV 앱스토어에 페이스북 TV 앱을 출시하는 등 더 많은 플랫폼이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동영상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모바일 중심에서 벗어나 거실 TV스크린까지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이 TV시장 장악을 노리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 시청자들은 유료 케이블 방송을 해지하고 인터넷TV, 스트리밍 서비스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른바 코드 커팅(cord-cutting) 현상이다. 케이블TV 사업자는 HD화질에 약 200개에 이르는 채널을 제공하지만 정작 가입자가 보는 채널 수는 한정돼 있다. 가입자들은 실제로 보는 채널에만 시청료를 내고 싶어 한다. 케이블의 비싼 요금제(월 평균 104 달러)에 염증을 느끼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넷플릭스, 디렉TV나우, 슬링TV, 아마존 등 인터넷 기반 TV서비스로 옮기고 있다.

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2015년에만 490만명 미국인이 케이블TV를 해지했다. 이는 케이블TV 서비스 사용자의 10%에 육박한다. 2016년에는 더욱 늘어나 12.5%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 `코드 커팅`이 가장 활발한 주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뉴욕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에서는 아예 케이블TV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케이블TV 빈자리는 인터넷 TV가 메우고 있다.

그동안 케이블TV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TV플랫폼에 진입하지 못했던 IT기업은 인터넷TV 가입자 확대에 발맞춰 TV플랫폼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TV광고 시장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은 유튜브로 동영상 시장을 장악했지만 TV플랫폼에서는 신생업체나 마찬가지다. 유튜브는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를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 미국에서 월 35달러의 라이브 스트리밍 TV 서비스인 유튜브TV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유튜브TV는 CBS와 ABC, 폭스, NBC 등 지상파 주요 방송사와 ESPN, 폭스 스포츠 등 10여개 스포츠채널 등 40여개 채널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이용할 수 있으며 TV에서는 유튜브 연결을 지원하는 구글 크롬캐스트나 안드로이드TV 셋톱 박스를 이용하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통적인 TV서비스가 아닌 인터넷 기반으로 TV를 보는 이들이 최소 1000만가구”라며 “유튜브가 인터넷에서 TV채널을 작은 묶음(skinny bundles)으로 판매하는 흐름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유튜브 영향력이 TV로 옮겨간다면 파급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유튜브 이용자의 하루 동영상 시청 시간은 최근 5년 만에 10배가 늘어난 10억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국민의 하루 TV 시청 시간인 12억5000만시간에 육박하는 수치다. 여기에 유튜브가 TV 생방송 서비스까지 제공하면 전통 케이블 TV사업자가 설 땅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망했다.

그러나 유튜브TV는 우선 라이벌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유튜브TV는 소니플레이스테이션뷰와 디렉TV나우, 슬링TV처럼 실시간방송과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하는 업체와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뷰는 2015년 3월 미국 7개 도시에서 시작됐고 지난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플레이스테이션뷰 가입자는 CBS, NBC, 폭스, 디스커버리, 비아콤, AMC 등 100개 이상 채널을 생방송과 다시보기로 시청할 수 있다.

최근 AT&T가 서비스를 시작한 디렉TV나우는 유튜브TV와 동일한 월 35달러에 100개 넘는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슬링TV도 월 20달러로 저렴한 방송패키지를 원하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스포츠 중계를 포함한 거의 모든 라이브 방송을 제공한다. 오스카 시상식, 주요 정치 소식 및 긴급 속보, 올림픽 경기 등을 모두 라이브로 볼 수 있다. 스포츠 경기 중계도 부족한 것 없이 볼 수 있고, 몇몇 채널에서는 대학 운동경기 중계까지 상당한 범위로 커버하고 있다. 채널 수는 케이블에 비해 적을지 몰라도 케이블 TV가 전달하는 `가치`는 온전하게 전달하며 시청자를 넓혀가고 있다.

`비디오 퍼스트`를 외치며 동영상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페이스북도 최근 스마트 TV용 애플리케이션(앱) `페이스북 비디오 앱`을 출시하고 TV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 동영상을 TV로도 볼 수 있도록 한 앱이다. 삼성전자 스마트 TV를 시작으로 아마존파이어TV와 애플TV 셋톱박스에도 탑재된다.

페이스북은 TV 프로그램 제작사와 엔터테인먼트업계 등과 손잡고 자체 콘텐츠 제작에도 나설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비디오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서비스에서 동영상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콘텐츠 제작까지 추진하며 넷플릭스나 아마존, 훌루처럼 콘텐츠 확보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TV 유형의 프리미엄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스포츠, 대중문화, 과학, 라이프스타일, 게임, 10대 콘텐츠 등을 포함한 다양한 토픽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찾고 있다.

인터넷 TV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에 여러 사업자 콘텐츠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선택해 시청할 수 있어 사용자가 늘고 있다.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다양한 단말기에서 시청할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IT기업이 TV시장 공략을 통해 노리는 시장은 이용료보다는 바로 TV광고 시장이다. 관련업계는 유튜브가 유튜브TV 콘텐츠 수급 비용으로 월 35달러 이용료 중 30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다른 채널을 추가한다면 구글이 이용료만으로 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은 없다”며 “유튜브TV로 TV광고 시장에 침투하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미국 TV광고 시장은 연 700억달러(79조9119억원)에 달한다. 온라인 동영상 광고가 유튜브나 페이스북 성장에 기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광고주는 마케팅 예산 대부분을 TV광고에 소비하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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