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19일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26일 만이다.
특검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뇌물공여 등 혐의로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대한승마협회장을 맡으면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지원을 담당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구속영장도 함께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최순실 씨 모녀 특혜 지원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 430억원을 건넨 혐의다. 이 부회장은 뇌물을 공여한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특혜 등 경영권 승계 관련 도움을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 여부는 16일 오전 10시 30분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결과는 16일 밤늦게 또는 17일 새벽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되자 삼성은 충격에 빠졌다. 강요에 의해 최순실 씨 모녀를 지원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부회장 혐의를 해소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 부회장과 박 사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삼성은 다시 경영 혼란을 겪게 됐다.
총수 공백 상황에 처하면 지난해 미뤘던 사장단 인사, 미래전략실 해체, 하만 인수 마무리, 미래 성장동력 발굴 등 산적한 현안 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 당초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면 삼성 쇄신안, 사장단 인사, 미래전략실 해체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점쳐졌다.
삼성은 이달 초 “약속한대로 미래전략실을 해체한다”면서 “특검 수사가 끝나는 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며, 이미 해체작업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미래전략실 해체를 포함한 경영 일정이 다시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사장단을 포함한 인사 일정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통상 12월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이후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 등으로 사장단 인사가 연기됐는데 이 부회장 구속 등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면 또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인사, 조직개편은 모두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조직개편이 지연되면서 올해 채용계획도 확정하지 못했다.
삼성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삼성은 특검 수사 상황이나 보도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하고 있다.
이번 이 부회장 재소환에서 쟁점 중 하나였던 삼성의 스웨덴 명마 `블라디미르` 우회 지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어떤 방법으로도 우회 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2016년 9월 29일에 체결되었다는 매매계약서와 이면계약서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삼성은 해당 계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관여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