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시청자들은 브라운관에 흘러나오는 영화 광고와 마주한다. 주말에는 여러 영화 전문 프로그램이 방영되며 대중의 호기심을 일으킨다. 하지만 대상은 대형 상업 영화에 그친다. 간혹 작은 코너 형태로 독립영화가 소개되긴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을 오롯이 전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독립영화가 브라운관에서도 홀대 받는 척박한 환경 가운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16년 간 독립영화와 시청자들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4일 KBS1 ‘독립영화관’은 방영 300회를 맞이해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박찬욱, 봉준호,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들을 엮어 ‘위대한 시작’이라는 특별 기획전을 방송했다. 올해로 300회를 맞이한 ‘독립영화관’은 2001년에 첫 발을 떼면서 개성 있고,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들을 선정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였다.
이윤을 확보하기보다 창작자의 의도가 우선시 되어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지 않는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는 대중은 극히 드물다. 관객의 유희보다는 연출자의 메시지가 진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독립영화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스크린도 아닌, 브라운관을 통해 300회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그 길 역시 순탄치 않았다.
2006년, ‘독립영화관’은 가을 개편을 맞아 돌연 폐지되었다. 그리고 ‘아시아의 창’이라는 프로그램이 대체 편성되었다. 저조한 시청률이 그 이유였다. 당시 KBS는 “정규 편성에서는 제외되지만 비정규적으로 편성할 것이므로 폐지가 아니라 잠정 중단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다수의 영화협회에서는 다양성을 죽이는 행동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스크린쿼터와 같은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국독립영화협회’ ‘문화연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 20여개의 독립영화 및 문화예술단체들이 힘을 합쳐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 계속해서 KBS를 향해 문을 두드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아쉬워한 EBS의 제작진이 EBS ‘독립영화극장’을 만들었으나, 이내 폐지에 이르렀다.
‘독립영화관’은 미디어 노출이 적은 독립영화의 소식들을 지상파 방송을 통해 대중과 맞닿을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상업영화는 수동적으로라도 무수히 접할 수 있는 반면, 독립영화는 대중의 능동적 태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심 있는 대중이 직접 찾지 않으면 존재조차 알 수 없다. 2017년인 지금에야 ‘인디스페이스’ 등 독립영화를 전용으로 상영하는 몇 개의 극장이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스크린도, 브라운관도 독립영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쉽지 않은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영화관’의 폐지는 독립영화를 고립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의 발전 저해,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파괴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11년이 되어서 KBS는 4년 만에 다시 ‘독립영화관’을 부활시켰다. 이후 매주 꾸준하게 각종 영화제에 입상한 작품들부터 대학 졸업 작품도 엄선해 방송하고 있다. 또한, 현재 상업영화로 넘어간 감독들의 초기작들도 소개하면서 더욱 폭 넓게 독립영화계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KBS는 공영성을 지닌 방송사로써, 단순 이윤의 추구보다 공공적으로 문화 산업의 발전을 촉구하는 기폭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공영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함께 가져가기 위해서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니다. 방송을 송출하는 방송사로써, 프로그램의 획일성을 벗어나 작은 문화를 향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올바른 대중문화의 선도자의 역할이다.
또한, KBS1의 ‘독립영화관’은 도중에 큰 위기를 맞은 게 사실이며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한 선택 역시 대중문화의 한 플랫폼으로써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는 브라운관을 통해 대중에게 독립영화를 딜리버리 하는 유일한 매개체다. ‘독립영화관’의 본연의 의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독립영화를 향한 관객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긍정적인 호응도 분명히 필요할 것이다.
‘독립영화관’은 이렇게 소개한다. “‘독립영화관’은 독립영화가 가진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특별하고도,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립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사고와 강렬한 에너지를 ‘독립영화관’이 보여드릴 것입니다. 영화관에서도, TV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독립영화와 시청자의 적극적 만남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