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中 정부 주도 혁신, 외국업체 영업비밀전략에 `빨간불`"

정부 주도로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 정책이 외국기업 영업비밀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업체는 앞으로 중국 기술력과 지식재산(IP) 환경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中, 볼펜볼 기술 자국화 자축

영국 특허매체 아이에이엠(IAM)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중국 국영 철강업체인 타이위안강철(TISCO)이 볼펜볼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영업비밀보호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외국업체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특허보다는 영업비밀을 주로 이용하는 볼펜볼 기술을 중국이 확보함에 따라 영업비밀로 보호하던 전략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영업비밀보호제도는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악명 높다.

이달 둘째 주 중국은 자국 철강업체 볼펜볼 기술 국산화 성공 소식에 한껏 고무됐다. 중국은 연평균 볼펜 생산량이 세계 80%가량인 380억개지만 제조기술이 부족해 볼펜볼을 주로 일본과 스위스, 독일 제품 수입에 의존했다. 리커창 총리가 2015년 TV에 출연해 부드럽게 써지는 간단한 펜도 생산하지 못하는 자국 기술력을 한탄한 것에 앞서, 중국은 2011년 과학기술부가 타이위안강철에 900만달러(약 105억원)를 투자하며 볼펜볼 기술 개발을 지시했다. 5년만에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반면 블룸버그 등 서방 언론은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 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 정부가 IP 제도 개선은 미루고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 기술 발전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중상주의라는 내용이다. 철강업체가 볼펜볼을 개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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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보호전략 주의를”

IAM은 이러한 이분법을 반박하며 이번 사례를 영업비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중국 정부는 반도체 등 전략적 혁신 분야 투자와 함께, 수년간 IP 법·인프라도 큰 폭으로 개선했다. 정부 차원에서 제도 정비와 기술 개발 모두 노력했다는 의미다.

IAM은 동시에 앞으로 외국업체가 영업비밀보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일본 등 해외 볼펜볼 업체와 대만 라르간 정밀 등이 영업비밀로 기술을 잘 보호하고 있지만, 타이위안강철처럼 중국 정부가 해외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기술력을 개선하면 기존 전략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당장은 볼펜볼이지만 향후 첨단 분야까지 중국 기술력이 뻗어나가면 영업비밀보호전략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더욱이 영업비밀보호법은 특허법보다 글로벌 차원의 공감대가 약하다. 특허법은 어떤 형태가 혁신에 효율적인지 공통된 견해가 있지만, 영업비밀보호법은 미국도 지난해에야 영업비밀침해를 민사소송에서 다룰 수 있도록 개정법을 통과시키는 등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은 영업비밀보호제도가 열악하기로 악명 높아 외국업체는 중국 기술력 발전과 IP 환경 동향을 주시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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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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