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완벽주의자요? 일할 때만큼은 완벽주의자인 것 같아요. 또 그러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요. 책임을 회피하고 싶지 않아서죠. 제 임무가 주어지면 그거에 대해서 충실히 이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얼마 전, 현빈은 한 방송을 통해서 자신을 ‘완벽주의자’로 칭했다. 그래서 주위에 있는 동료들이 피곤할 정도라고. 그 모습은 그가 가지고 있는 책임감으로부터 비롯됐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공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함이었다. 인터뷰 내내 말 한 마디에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실제로 상대역인 유해진은 인터뷰를 통해서 ‘현빈은 정말 무섭게 덤비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고 잘 안 섞으려고 해요. 섞는 건 안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공통분모를 만들지 않아요. 제 나름의 관리죠.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부끄럽지 않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은 해요. 성격상, 결정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요. 쉽사리 결정을 잘 내리지 않는데, 결정을 하고 나면 엄청 빨라져요. 지금까지 안 해본 캐릭터라면 다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하는 것들도 다 그것들을 찾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차후에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은 캐릭터가 있다면 어떤 작품이라도 해보고 싶어요.”
‘공조’가 현빈의 첫 액션영화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는 것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대중의 머릿속의 현빈은 로맨틱 코미디 장인으로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레스토랑 사장으로, ‘시크릿가든’에서는 화려한 재벌 2세로 등장하며 단숨에 최고 톱스타로 자리했다. 제대 이후, 영화 ‘역린’으로 정조로 분하면서 그의 행보는 달라졌다고 평가 받았다.
“많은 분들이 군대 전후로 나누시더라고요. ‘왜 나누실까?’ 생각을 하면서 저도 제 스스로한테 물어봐요. 일부러 로맨틱코미디나 멜로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돌이켜보면, 20대 때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들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들이 사는 세상’이나 ‘아일랜드’도 그렇고. ‘만추’ 등 이런 작품들의 내용 자체가 대중적이거나 상업적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아니잖아요. 선택했던 이유는 여백이 있는 것들을 채워나가고, 그로부터 오는 메시지와 여운이 좋았어요. 오히려 지금은 뭔가를 전달하거나 여운을 남지 않더라도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꼼꼼하게 짚어보면 그는 입대 이전부터 ‘로코’만 한 게 아니다. ‘논스톱4’로 시트콤에도 등장했으며 ‘만추’ ‘나는 행복합니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까지 멜로, 드라마 등 쉬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저는 항상 늘 다른 것을 찾아요. 생각해보면 로맨틱코미디 작품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랑 ‘시크릿가든’뿐이에요. 그게 상업적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제가 한 다른 것들이 아예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호스트부터 정신질환자까지 여러 가지로 해봤어요. 표현이 잘 되고 안 되고는 보신 분들이 판단을 하시는 거죠. 다른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를 결과물로 만들어서 선택을 하실 수 있게끔 하는 게 제 몫인 것 같아요.”
평상시 현빈은 조곤조곤 말하는 스타일에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낯까지 가리기에 그가 유해진에게 먼저 연락해 술자리를 가진 건 매니저도 놀랄 일이었다고. 알코올이 들어가면 달라지냐고 묻자 “술 마시면 조금 커지는 것 같아요. 감성과 이성 밸런스를 잘 유지하다가 술 마시면 감성적인 게 더 올라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만 상대방도, 술자리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유해진 선배님 집에 간 것도 자연스럽게 간 거였어요. 먼저 행동을 취한 것은 처음이에요. 촬영이 일찍 끝나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스태프들과 반주를 했던 상황이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가다가 ‘한잔 더 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어요.”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부터 매사에 신중한 선택과 끊임없는 노력, 현빈의 매력은 이것들로부터 발현된다. 그래서인지, 여유도 있다. 당장 눈앞의 큰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언제나 새로움과 변화를 갈망하는 그에게 전성기는 매순간일 것이다.
“작품의 결과가 어떻든 임하는 자세는 늘 똑같아요. 최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인기 같은 것들도 신경 안 쓰는 편이에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 모든 작품이 인기를 얻을 수도 없고, 모든 캐릭터가 사랑 받는 것도 아니죠. 인기는 선물 같아요. 그 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다 즐기고 보내줘야 하는 것 같아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