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가요] ‘신현희와김루트 역주행’이 가요계에 던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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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음원차트에 낯선 이름이 하나 등장했다. 어쿠스틱 혼성듀오 신현희와김루트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껏 차트 역주행으로 유명세를 떨친 상당수가 있지만, 신현희와김루트의 출현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이들의 역주행 돌풍은 아프리카TV에서 BJ 꽃님이 인터넷 방송 도중 신현희와김루트의 ‘오빠야’를 부르면서 시작됐다. 지난 16일 ‘오빠야’는 온라인 음악 사이트 멜론에서 92위에 진입했고, 당일 69위까지 올라갔다. 다음날 100위권에서 물러나나 싶었지만, 다시 진입해 이틀 내내 20위권을 오르내렸다. 19일(오전 10시 기준)는 벅스 24위, 멜론 35위, 지니 45위 등을 기록했으며, 20일 오전 6시에는 엠넷 1위를 찍었다.

◇ 넓어진 미디어 채널, 풍부해진 가요계

아이돌도 차트 진입이 어려운 상황 속 신현희와김루트의 선전은 신선하다. 특이한 점은 방송이 아닌 다른 미디어 채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하니 직캠’으로 떴다고 알려진 이엑스아이디(EXID)도 사실 그에 앞서 아프리카 TV의 인터넷 방송 중 언급으로 흥행의 물꼬를 텄다.

이제 대중들의 안목은 높아졌고 콘텐츠는 다양해졌다. 많아진 콘텐츠를 감당할 채널 또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그 경로를 타고 노출된 콘텐츠는 급속도로 확산된다. 그렇다보니 소수의 인원만 알고 즐기던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요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돌 외의 가수들은 노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은데, 여러 미디어 경로가 생기면서 음악을 알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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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쏟아지는 신곡이 넘쳐나는 상황 속, 대중이 놓치는 노래 역시 셀 수 없이 많다. 아는 가수보다 모르는 가수의 비중이 훨씬 높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스쳐지나가는 노래를 다시 한 번 듣고, 숨겨진 보석 같은 노래를 발굴해낼 수도 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은 가요계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 역주행의 비결은 ‘음악의 힘’

다양해진 콘텐츠 경로는 어반자카파, 스탠딩에그 등 인디가수를 발굴해냈다. 정준일과 볼빨간사춘기는 역주행 열풍을 몰고 왔다. 독특한 점은 흥행곡 이후 발매한 곡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볼빨간사춘기는 ‘좋다고 말해’로, 정준일은 ‘첫눈’으로 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는 처음 노래를 들어본 리스너들이 다시 한 번 그들의 음악을 찾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우연히 들었던 노래지만, 이제는 스스로 찾아듣게 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관계자는 “단순히 미디어 경로가 많아지거나 인디음악이라서 역주행 열풍이 불었다기보다, ‘좋은 음악’이 역주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본다. 볼빨간사춘기나 정준일 등 요 근래 역주행하는 가수들 노래 들어보면 음악이 너무 좋다. 이슈가 됐는데 음악이 별로라고 이야기가 나오면 역주행할 수가 없다. 음악이 좋으니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좋은 음악’의 의미에 대해 “좋은 음악의 기준은 없고,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는 거다”라면서 “정체성이 담긴 독특한 인디음악의 특성도 역주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사회에서도 ‘새로운 것 없을까’하고 찾듯이, 음악시장에서도 독특하고 새로운 음악을 찾는 움직임이 있는 걸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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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어반자카파와 스탠딩에그, 정준일은 꾸준히 음원을 발표하고 공연을 다니며 이미 인정받는 뮤지션이다. 새롭게 등장한 볼빨간사춘기 역시 업계관계자들의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모두들 입을 모아 “음악성이 좋다”고 말한다.

신현희와김루트도 그렇다. ‘오빠야’는 발매 당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이주의 발견’에 높은 순위로 선정됐고, 팬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곡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원래 독특하고 좋은 음악이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어디선가 노래를 듣고 가사를 검색해보는 이들이 많은 듯, 포털 사이트에 ‘신현희와김루트’를 검색하면 ‘오빠야’의 가사가 연관검색어에 뜨기도 한다.


◇ 신현희와김루트의 역주행이 지니는 의미

꼭 ‘인디 음악=좋은 음악’이라고 볼 수 없고, 신현희와김루트가 인디가수여서 역주행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인디가수들은 소속사의 통제 없이 그 자리에서 꾸준히 자신들의 정체성이 담긴 음악을 해왔을 뿐이다.

여기서 짚어야할 부분은 ‘인디’라는 용어의 정의다. 본래는 소속사 없이 활동하며 자본이나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지속해나가는 이들을 뜻했으나, 메이저와 인디신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은 단어의 사용 범위가 넓어졌다.

다만, ‘어떤’ 인디냐의 문제는 따지고 볼 필요는 있다. ‘인디 가수’라고 하면 거슬러 올라간 출신지가 대게 ‘홍대 바닥’이다. 소위 ‘홍대 바닥’ 출신인 이들은 미디어의 접촉 없이 음악을 만들고 클럽에서 공연을 펼치며 팬들과 호흡하는 게 주된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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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희와김루트의 역주행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신현희와김루트는 최근까지 홍대 클럽 공연을 펼치며 팬들과 직접적으로 호흡해왔다. 대중에게 이름도 생소한 이들이 오로지 음악의 힘으로 차트에 진입한 것은 장기하와얼굴들과 10cm를 떠올리게 한다.

장기하와얼굴들과 10cm는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며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온 팀이다. 신현희와김루트는 그 궤를 같이 한다. 최근까지도 꾸준히 홍대 공연을 개최하며 팬들과 직접적으로 호흡해온 것이다.

관계자는 “인디계열에서 장기하와얼굴들과 10cm 이후 그 정도로 오버로 진입한 가수는 없었다. 누구도 명맥을 잇지 못했는데, 신현희와김루트의 역주행으로 인해 홍대 붐이 일어났으면 한다. 관계자들도 대중도 인디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현희와김루트의 행보는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역주행 인디가수와는 다르다. ‘완전한’ 인디가수의 역주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름이 생소한 가수들도 차트에 진입하고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2017년 초반인데 벌써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 보면 좋은 모습 같다. 이런 사례들이 얼마나 많아지고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인디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 신현희와김루트의 역주행이 지니는 의미를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