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영장 처리 여부를 기다리며 서울구치소에서 보낸 18일 삼성전자 주가는 오전장 한때 183만원선까지 밀렸지만 보합세를 유지한 채 마감했다. 결국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서 19일부터는 당면 오너 불확실성도 상당폭 걷히게 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이 부회장 구속 이슈와 20일(현지시간) 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펼쳐질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장중 2050선까지 내려갔지만 장 중반 이후 평정심을 찾으면서 2070선을 지켰다.
증권가에선 이 부회장이 설령 구속되더라도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겠지만, 경영 복귀가 가능해지면서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른 대기업까지 수사 파장이 퍼지진 않으면서 증시를 덮고 있던 부담감과 불확실성도 말끔히는 아니더라도 확연히 걷히게 됐다.
다만 특검이 이 부회장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대기업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현대차, SK, 롯데 등 9개 그룹 계열사 주가는 총수 문제가 확실히 정리되기 전까지는 횡보 또는 약세 국면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 29일 지주회사 전환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한 이후 탄력이 붙기 시작해 이달 12일 이 부회장 특검 소환 당일에도 194만원으로 사상 최고가까지 치고 올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6553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전체 외국인 순매수량 20%를 감당해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불거진 13일부터 삼성전자 주가는 떨어지기 시작해 4거래일 동안 10만원 가량 내렸고, 외국인도 45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후 외국인 매도 강도는 다소 약해졌다.
주요 증권사는 지난 6일 4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를 기점으로 올린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CEO 구속에 따른 리스크 보다 올해 삼성전자가 거둘 실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별로 전망치는 다르지만 대부분 올해 영업이익을 최대 40조원 이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펀더멘털이 좋은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도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특검이 앞으로 다른 대기업에 벌이는 수사 강도에 따라 증시 전체 변동성은 다소 커질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