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반도체 확장 우려스럽다" 제동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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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달러(176조7000억원).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업체에 보조해주는 돈이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미국이 중국 반도체 확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마어마한 정부 보조금에 기반한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해 미국은 △반도체 시장을 왜곡하고 △미국 반도체 산업에 상처를 주며 △미국 반도체 기술 우위를 위협하고 △미국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과학기술자문위원회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 진흥정책이 반도체 부문의 혁신과 미국 국익에 실질적 위협을 제기한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미국 제조업체들에 공정한 경쟁 여건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45%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컨설팅업체 베인 앤드 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연간 반도체 소비량은 세계 전체의 3분의 1 정도다. 금액으로 1000억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생산량은 세계 전체의 6~7%에 불과하다. 막대한 양을 수입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동안 군소 업체만 양산했다. 맥킨지는 “중국 정부가 한때 15개 성, 130개 반도체 조립공장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물량 투입에서 실패를 맛본 중국 정부는 일등보다 1~2보 뒤에 가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홍콩과 뉴욕에 동시에 상장된 SMIC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가공) 분야 최고 회사인 대만 TSMC를 뒤쪽아 가는 전략을 펼치면서 연구개발 비용 등을 절감했다. 가트너에 다르면 SMIC는 2015년 매출 기준 세계 5위 파운드리 기업에 올랐다.

중국 정부입장에서 보면 SMIC는 `중국 참피온 중 하나`다. 더 야심 찬 목표를 추구하는 곳이 있다. 칭화 유니그룹(Tsinghua Unigroup)이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지난해 7월 국유기업 XMC와 통합, 덩치를 키웠다. 칭화유니 그룹은 첨단 기술이 없는 약점을 외국 기업 인수로 메우려 했지만 실패했다. 미국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 당국이 저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 페어차일드도 중국 기업 인수 리스트에 올랐지만 미 당국 거부 우려로 성사되지 않았다.

시장 분석가들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 차질은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강국이 되려는 중국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 인수도 좌절된 것 처럼 유럽 기업 인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500억달러를 투입해 국산 반도체 비율을 70%로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적 플랜은 보이지 않는다. 베인 앤드 컴퍼니는 “중국이 PC에서는 신속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미국 정부 반대 등) 앞에 놓인 장애물이 많다”고 진단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