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이용해 해외 송금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인 스타트업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위기에 처했다.
핀테크 규제 완화를 약속한 금융 당국과 외국환 업무 주무 기관인 기획재정부 간 이견으로 수출까지 시작한 핀테크 사업 모델이 불법으로 내몰린 상황이다. 법정 분쟁도 예고돼 사태가 핀테크 전 업권으로 확전될 분위기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비트코인 해외 송금업을 해 온 핀테크 업체 센트비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짓고 이를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외국환거래법은 위반 때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 벌금이 과해지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기재부는 센트비, 코인원 등 13곳 안팎의 비트코인 해외 송금업자가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금융감독원에 지난해 11월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외국환거래법상 해외송금업은 은행만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고수했다. 일반 핀테크 기업이 해외송금업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판단이다.
반면에 금융 당국은 비트코인 송금 서비스를 핀테크 데모데이에 대거 소개하면서 미래 핀테크 사업 모델로 홍보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데모데이 인 런던`에서 선정된 10개 가운데 6곳을 비트코인 송금 업체로 선정했다. 관련 업계는 금융 당국이 다수 기업을 홍보해 놓고 이제 와서 기재부 의견에 따라 조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금감원이 자료를 요청,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을 국내에서 화폐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비트코인 관련 법령 자체가 없어 업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7월부터는 핀테크 업체가 일정 요건을 갖춰 기재부에 등록하면 소액 해외송금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비트코인 송금 등 관련 사업에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센트비 외에도 비트코인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 다수는 공동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핀테크 산업협회도 이번 기재부 조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비롯해 내부 분과에서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핀테크 규제 완화를 약속한 정부 방침과도 일부 어긋나는 부분이 있고, 정부 조사 방침이 지나치다는 데 의견을 함께한다”고 전했다.
센트비는 새해 상반기에 베트남 진출 등 해외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핀테크 세계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짙다. 지난해 11월 센트비는 베트남 현지 기업 9개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조만간 현지 기업 2개사와 공동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할 예정이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