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범용공인인증서 없이 은행과 증권 거래를 동시에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대체 인증 수단을 은행과 증권사가 공유해 범용공인인증서 발급에 필요한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공동 블록체인 협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은행·증권업 간 첫 공동 서비스로 추진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P2P) 네트워크 일종이다. 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 중앙 서버가 아니라 여러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기록·관리한다.
협의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간 첫 공동 서비스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간편 인증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금융소비자도 인증서 발급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금융회사도 번거로운 절차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긍정적 반응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각 은행과 증권사가 개인인증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인증 분야에 블록체인을 우선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공개키기반구조(PKI) 기술로 기존 인증 체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도 외국환 지정거래은행 변경에 우선 적용 이후 인증 분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인인증서 발급 기관과 고객데이터를 주고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며 “업무 절차 간소화와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금융소비자들은 은행 거래를 위해 은행용 인증서를, 증권 거래를 위해서는 증권용 인증서를 별도 발급받아야 했다. 무료로 발급할 수 있는 여타 인증서와 달리 모든 거래를 이용할 수 있는 범용 공인인증서 발급에는 별도 수수료가 필요했다. 개인은 4400원, 법인은 10만원이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에 따르면 무료인증서를 제외한 공인인증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472억원, 2019년에는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회는 서비스 적용 여부를 업권 간 논의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의체에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것은 맞지만 특정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업계에서 논의된 내용이 법적인 문제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